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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3화

“어쨌든 난 이제 도저히 도무지 쓸모도 없는 널 참을 수가 없어. 하준이가 내 돈을 빼앗아 가려고 했는데 너는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았잖아? 정말 쓸모가 하나도 없다니까.” 백지안은 혐오스럽다는 얼굴로 말을 이었다. “넌 이제 나에게 안 어울려. 이렇게까지 안 하려고 사람이 그렇게 피했으면 대충 눈치를 챌 줄 알았더니…. 앞으로는 연락하지 마.” “알겠나?” 원승탁이 비웃었다. “인간이 적당히 눈치가 있어야지. 꺼져.” 그러더니 힘껏 송영식을 밀어냈다. 송영식은 망연자실해서 백지안을 바라보았다. 완전히 영혼이 빠져나간 얼굴이었다. ‘내가 그렇게 조심스럽게 사랑했던 지안이가 왜 이렇게 되었을까?’ 이주혁은 싸늘하게 백지안을 바라보았다. “너 저 사람 이혼해서 딸까지 있는 거 알고는 있지?” 이주혁의 눈빛을 마주한 백지안은 몸이 부르르 떨렸지만 그래도 배짱을 튕겼다. “알아. 하지만 지금 내 형편에 멀쩡한 재벌집에 들어갈 수 있겠어? 그렇다고 영식이처럼 아무 것도 없는 사람이랑 만나긴 싫거든. 힘도 있고 지위도 있는 원 대표가 지금 나에게는 딱 맞아.” “뭐, 네가 알아서 하겠지. 다만 후회된다고 다시는 영식이에게 돌아오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이주혁이 엘리베이터 문을 놓았다. 엘리베이터가 닫히고 두 사람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었다. “아니야, 지안이가 이럴 리가 없어.” 송영식이 정신을 차리고는 쫓아가려고 비틀비틀 다가갔지만 이주혁이 와락 팔을 잡아챘다. “영식아, 정신차려!” 이주혁이 낮지만 싸늘한 목소리로 말렸다. “네가 인마, 쿠베라 아들인데 여자 하나 때문에 이렇게 자존심까지 다 버릴 일이야?” 송영식은 이주혁의 말에 움찔했다. 멍하니 엘리베이터 문을 바라보는데 가장 소중한 보물이라도 잃어버린 어린애처럼 고통에 빠져 있었다. 이주혁이 담담히 말을 이었다. “내가 말했었잖아. 쟤 보통 아니라고. 하준이가 왜 결국에는 쟤 손을 놓았겠냐? 지안이의 바닥을 봤기 때문이야. 저렇게 돈과 권력에 집착하는 애가 아니라면 왜 그렇게 소송까지 불사하면서 하준이랑 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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