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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8화

여름이 욕실에 들어가자 하준의 진지한 목소리가 들렸다. “엄마가 너희들에게 대체 뭐라고 했어?” ‘안 사귄다고? 나를 가지고 놀 거라고?’ 하준은 엄청나게 스트레스를 받았다. 지금 몸도 다 치료가 되지 않았는데 마음이 다급해졌다. 기대에 찬 하준의 눈을 보며 하늘이 말을 이었다. “말 안 할 거예요. 비밀이거든요.” “맞아, 비밀!” 여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내가 아까 다 말해줬잖아요.” “그거 말고도 있을 텐데.” 하준이 주머니에서 초콜릿을 꺼냈다. “말해주는 사람에게는 상을 주지.” “두 개 다 나 주세요. 하늘이는 어차피 비밀을 지킬 걸? 내가 말해줄게요.” 하늘이 가져갈 새라 여울이 재빨리 초콜릿을 가져갔다. “……” ‘저도 비밀이라더니 초콜릿에 눈이 멀어서 순식간에 배신하네? 어쩌다가 저런 의리 없는 녀석이 내 쌍둥이 동생으로 태어난 거냐고….’ 여울이 초콜릿을 까면서 주절거렸다. “엄마가 그러는데 아빠랑 다시 사귀더라도 결혼은 안 한대. 가지고 노는 거 뭐 그런 건 되는데 결혼은 꿈도 꾸지 말래.” “정말이야?” 하준은 멍해졌다. 기뻐야 하는지 우울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일단 최소한 예전처럼 자신을 거부하지는 않은 다시 사귈 수도 있다는 말을 했을 텐데….’ 하준은 일말의 희망을 보고는 눈빛이 반짝였다. ‘여름이가 나를 가지고 놀겠다는 생각을 했을 줄이야…. 에이, 내가 애들하고 지금 이게 다 무슨 소리야?’ “그럼요, 완전 진짜지.” 여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열심히 따라다녀 봐요. 그런데 엄마가 아기는 더 안 낳을 거래. 알아두세요.” “응, 그래. 알겠어.” 하준이 칭찬하듯 여울을 쳐다보았다. “우리 여울이, 고맙다.” “아빠 초콜릿 고마워요. 맛있다. 다음에도 이런 거 주세요.” 여울은 기분이 좋아서 다음 초콜릿을 또 깠다. 옆에서 듣던 하늘은 완전히 어이 없는 얼굴로 하준 부녀를 바라보았다. ‘아주 저놈의 입…. 엄마가 언제 가지고 논다고 그랬어? 아, 몰라. 나중에 엄마가 어떻게 하시겠지. 난 모르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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