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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화

그냥 엘리베이터 칸에서 기어 나온다고 바로 괜찮은 것이 아니라 언제라도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위험한 곳이 승강로였던 것이다. 어쩌면 지금 하준이 이렇게 살아서 나온 것이 놀라운 일인지도 모른다. 게다가 다른 사람까지 구해서 나왔다니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막상 입에서는 여전히 싸늘한 말이 흘러나왔다. “하여간 대단하셔, 목숨이 오락가락하는 상황에서도 영웅 놀이는 하시고 말이야.” ‘게다가 구해준 여자가 홀딱 반하게 만들고, 아주 언제 어디에서라도 여자를 유혹할 수 있는 인간이라니까.’ 하준은 그 말을 듣더니 눈썹을 치켜세웠다. “자기 지금 질투 하는 거야?” “질투는 개뿔!” 나름 재계에서 한자리하는 여름이지만 하준 때문에 열 받은 나머지 자꾸 천박한 말이 튀어나왔다. “당신은 유진 씨가 음흉하다고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당신도 똑같아. 맹 의원의 딸을 구했으니 앞으로 맹 의원 일가가 당신을 생명의 은인으로 모시면서 엄청 감사해 할 거 아냐? 어쩌면 맹지연이랑 결혼해서 재기의 기회를 가지게 될지도 모르겠네. 그것까지 다 계산 한 거 아니야?” 하준의 눈에서 빛이 연기처럼 사라졌다. 여름의 마음속에 자신이 그런 이미지라니 실망스러웠다. 하준의 눈에 자조의 빛이 떠올랐다. ‘하긴, 내가 누굴 탓하겠어? 다 내 손으로 여름이 마음속의 내 이미지를 하나하나 파괴한 거지.’ “그런 거 아니야.” 하준이 낮은 목소리로 해명했다. “내가 맹지연을 구해서 나오지 않았더라면 내가 살아서 나왔어도 맹 의원은 나더러 나가 죽으라고 했을 거야. 맹 의원은 내가 자기 딸을 해친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도 구해주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날 가만히 두지 않을 사람이라고. 내 딸은 죽었는데 넌 왜 살아 나왔냐며. 내가 거기서 살아 나오기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거기서 자기 딸을 구해서 나오는 게 얼마나 힘들었는지 따위는 자기 알 바가 아닌 거지.” 여름은 할 말을 잃었다. 확실히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은 독하고 이기적이기 쉽다. 그저 제 식구 목숨만 소중하고 남의 목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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