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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5화

“확실해?” 하준의 목소리에서 냉기가 흘러나왔다. “난 백윤택과는 아무런 원한이 없는데.” “원한이 없다고 확신하냐?” 이주혁이 떠보았다. “지안이랑 헤어진 일을 말하는 거야?” 하준은 경악했다. 곧 눈에 살기가 돌았다. 하준은 백지안에게 섭섭하게 한 것은 없다는 입장이었다. 이제 보니 하준과 여름이 재결합하고 나서 백지안 남매는 잔뜩 심술이 나있었던 것이다. 이주혁이 한숨을 쉬었다. “모르겠다. 내 말은 백윤택이라는 인간은 애초에 멀쩡한 인간이 아니라는 거야. 그런 인간은 도움을 받을 때는 당연하게 생각하고 도와주지 않으면 원한을 품는다고.” “백윤택이 일부러 그런 거겠지?” 하준은 곧 상황이 파악되었다. “직접 손댔다가 너희들이 알아채면 곤란하니까 하석윤의 손을 빌린 거군.” “아무래도 그런 것 같다. 지난번에 임윤서에게 흥분제를 먹인 일로도 용식이가 벼르고 있었는데 그때 해외로 도망쳤었잖아. 이제 슬슬 용식이가 화가 풀렸다고 생각했나 본데 한 달도 안 돼서 또 기어들어 왔군.” 이주혁이 말을 이었다. “이번 일은 내가 너 대신 알아서 처리할게.” “그래,” 하준은 머릿속이 어지러웠다. “아, 그런데 난 어떻게 돌아온 거야?” “내가 어찌 알겠냐? 어쨌든 나도 조금 아까 막 네가 맞았다는 얘기만 들었어.” 하준은 고개를 숙이다가 자기 손등과 몸에 약이 발라져 있는 것을 보았다. 옷도 완전히 다 갈아 입혀져 있었다. 표정이 확 변했다. 전화를 끊고 바로 바지 안을 확인했다. ‘젠장, 속옷까지 다 갈아 입혔잖아? 그렇다면 누군가가 날 발견했다는 얘긴데? 누구지?’ 어젯밤 꿈에서 여름을 만났던 것이 기억났다. ‘말도 안 돼.’ 하준은 몸이 떨렸다. 벌떡 일어나서 관리사무소 보안실로 가 CCTV 영상을 요청했다. 어젯밤 영상을 보고 나서 하준은 다리가 풀렸다. 정말 강여름이었다. 여름이 옷을 갈아 입혀주었으니 분명 그곳에 드레싱이 되어 있는 것도 보았을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신이 남자로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것을 들키는 것만큼이나 비참한 일이 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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