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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4화

그런데 바지를 갈아입히다가 여름은 그곳에 드레싱이 되어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마른침이 꿀꺽 넘어갔다. 봐서는 안 되는 것을 본 기분이었다. ‘저기 드레싱은 왜 하고 있지? 설마… 저길 다친 거야?’ 여름은 참지 못하고 한번 건드려 보았다. 정말 아무 반응이 없었다. ‘전에는 이러지 않았는데?’ 여름은 머릿속이 한동안 하얗게 되었다. 헉하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아니 멀쩡하던 데를 왜 이렇게 못 쓰게 되었지? 이렇게 고주망태가 된 이유가 이것과 관련이 있는 건가? 그렇게 생각하니 이해가 되네. 사람으로서 얼마나 큰일이야? 특히나 이렇게 욕구에 충실한 사람에게는 말이지. 어쩐지 그날 갑자기 평생 결혼도 안 하고 아이도 안 가지겠다고 하더라니. 이래가지고는 결혼도 임신도 안 되겠는걸. 십중팔구… 외롭게 늙어 죽겠구나.’ 상처투성이 얼굴을 보고 있자니 어떤지…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 사실 이 정도면 은근히 고소한 기분에 춤을 춰도 모자랄 판이다. 그야말로 자신을 그렇게나 괴롭혀 온 데 대한 인과응보가 아닌가? 하지만 갑자기 마음이 싸했다. ‘어휴, 그러니까 사람은 나쁜 짓을 많이 하면 안 된다니까. 다 업보지 뭐야.’ 여름은 한숨을 쉬고는 하준의 몸을 물수건으로 닦아주고 상처를 소독약으로 소독한 다음 연고까지 정성스럽게 발라주었다. 그 뒤에 옷을 입히고 나오기 전에 이불을 가져다 덮어주고는 가만히 문을 닫고 나왔다. 주차장에 도착한 여름은 한참을 차 안에서 가만히 있었다. 이게 대체 무슨 기분인지 알 수가 없었다. ****** 다음날. 숙취에 시달리던 하준은 벨 소리에 깼다. 눈을 떠 테이블에 휴대 전화를 보고는 집어 들었다. 이주혁의 또렷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너 하석윤에게 맞았다며?” “……” 하준은 멍하니 있다가 한참 만에야 여기저기가 쑤신다는 사실을 알았다. 머릿속 기억은 뚝뚝 끊겨 있었다. 머릿속 기억은 뚝뚝 끊겼다. 술집에서 술을 잔뜩 마시고…그 뒤에 누군가에게 맞은 것 같았다. 때린 녀석이 뭔가 잔뜩 떠든 것 같은데 누가 때렸는지는 기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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