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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장

차서아도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연애편지를 다시 내려놓은 후 해명에 나섰다. “대신 방 청소 좀 하려고 그랬어요...” 다만 이 해명은 윤건우에게 전혀 안 먹혔다. 그는 오히려 목소리가 훨씬 더 차가워졌다. “편지는 봤어?” 이 남자가 이 문제를 신경 쓸 거라곤 전혀 예상치도 못했다. 그의 안색이 점점 더 일그러지자 차서아는 재빨리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요, 안 봤어요.” 그제야 윤건우의 표정이 조금 밝아졌다. 그럼에도 분노에 찬 말투로 그녀에게 쏘아붙였다. “나가. 앞으로 내 허락 없이는 함부로 내 물건 다치지 마.” “죄송해요. 다신 안 그럴게요.” 차서아는 머리를 푹 숙이고 아무런 반박 없이 바로 서재를 나섰다. 그녀는 곧장 제 방으로 달려가 침대에 누웠는데 저도 몰래 방금 그 연애편지들이 또다시 떠올랐다. 윤건우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얘기는 전혀 들은 적도 없는데, 차서아와 이채린 말고 그의 주변에 또 다른 이성이 나타난 적도 없는데, 대체 그 편지들은 누구에게 쓴 걸까? 설마 차서아한테?! 머리가 복잡한 와중에 그녀는 스르륵 잠들었고 다시 깨났을 때 어느덧 새벽이었다. 옆방에서 어렴풋이 소리가 들려왔는데 이채린이 돌아온 모양이다. 차서아는 정신을 번쩍 차리고 문 앞으로 다가갔다. 여기는 그들과 가장 가까운 곳이고 게다가 방 문을 굳게 닫지 않아서 두 사람의 말소리가 고스란히 들렸다. 먼저 입을 연 사람은 이채린이었다. 그녀는 깜짝 놀라서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고작 이틀 출장 다녀온 사이에 이렇게 많은 연애편지를 쓴 거예요?” 곧이어 윤건우가 흐뭇하게 웃으면서 답했다. 그의 목소리는 한없이 다정하고 부드러웠다. 꼭 마치 차서아가 고백하기 전까지 그녀에게 썼던 말투처럼 말이다. “왜? 싫어?” 이채린은 기쁜 마음을 고스란히 드러내며 그의 볼에 키스했다. “너무 좋아요. 앞으로 매일 써줘요.” 마지막 그 한마디와 함께 방에서 야릇한 소리가 전해졌다. 이어서 방문이 닫히고 차서아도 황급히 문 앞에서 도망쳤다. 그녀는 침대에 누워 두 눈을 꼭 감은 채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문득 저 자신이 가엽기도 하고 우습기도 했다. “서아야, 너 대체 무슨 생각을 했던 거야...” 실은 아까 윤건우의 당황한 표정을 봤을 때 말도 안 되는 가설이 하나 떠올랐다. 그건 바로... 윤건우가 그녀에게 연애편지를 써줬을 거란 추측이었다. 하지만 방금 그와 이채린의 대화를 듣고 난 뒤 이 추측이 얼마나 터무니없고 웃긴지 알게 됐다. 디데이 3일째, 오늘은 이채린의 생일이다. 윤건우는 그녀를 위해 거금을 들여서 성대한 생일파티를 마련했다. 참석한 손님들도 엄청 많았는데 오늘 이 파티가 단순한 생일파티만은 아니란 걸 설명해주었다. 연회에서 윤건우는 또 다른 빅이슈를 터트렸다. 그건 바로 곧 있으면 두 사람이 약혼식을 올린다는 초특급 뉴스였다. 뭇사람들이 축하 인사를 건넬 때 차서아는 멍하니 넋을 놓았다. ‘삼촌이 정말 채린 언니를 이 정도로 좋아한다고?!’ 고작 3개월 만에 그녀와 약혼할 생각이라니?! 차서아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손에 든 선물을 내려다봤다. 그에게 줄 마지막 작별 선물이라고 여겼는데 약혼을 축하하는 선물이 될 줄이야. 사람들이 하나둘씩 선물을 건네고 흩어졌다. 이때 차서아가 선물을 들고 윤건우 앞으로 다가왔다. 삼촌이 행복할 수만 있다면, 그가 누구와 함께하든 무조건 축복해줄 거라고 분명 생각을 마쳤지만 이 순간이 되니 막상 축하의 말이 입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마음이 쓰리고 괴로워서 미칠 지경이었다. “삼촌, 두 분 약혼식 미리 축하드려요... 검은 머리 파 뿌리 될 때까지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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