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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장

그녀는 고개를 들고 그를 쳐다보았다. 이때의 차은우는 흰 셔츠를 고급스러운 맞춤 정장 바지 속에 넣어 꼿꼿한 자태를 뿜었다. 내면에서부터 뿜어 나오는 고귀한 품격은 황혼 아래서 더욱 시크하게 느껴졌다. 서하윤은 눈을 깜빡이며 차은우의 얼굴은 정말 멋있게 생겼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가 좋아하는 영화 속의 남자 주인공보다 더 잘 생겼다. 누구나 다 아름다운 것을 추구한다. 그녀도 다름이 없었다. “할머니 잠에서 깼어요. 가요, 같이 저녁 먹으러 가요.” 차은우는 서하윤을 보며 말했다. 그녀가 그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것을 보고 많은 여자들과 같은 눈빛을 하는 것 같아서 자기도 모르게 표정이 약간 굳어졌다. 설마 할머니와 짜고 자기한테 머리 마사지를 한 것은 아니겠지? 그가 무심코 그녀의 좋은 점을 발견하라고? 할머니가 그녀와 결혼하라고 했을 때, 그는 그녀가 계략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 서하윤은 일어섰다. “좋아요. 마침 제가 포도와 딸기를 땄어요.” 그녀는 따면서 먹어봤는데 엄첨 달았다. 마트에서 산 것보다 더 맛있었다. 도우미들이 올해는 날씨가 좋아서 해빛이 층분해서 예년보다 더 달다고 말했다. 차은우는 서하윤이 단순한 여자가 아니라는 것을 의식하고 태도가 냉랭해지더니 담담하게 응하고 대답했다. 서하윤은 개의치 않고, 별생각 없었다. 잠에서 깬 금주 할머니를 보고 서하윤은 포도와 딸기를 들고 다가갔다. “혼자 따러 간 거야?” 금주 할머니는 웃으며 물었다. 그녀는 김 집사한테 들었다. 줄곧 약간의 수면 장애를 겪고 있던 은우가 서하윤의 마사지에 잠 들었다! 은우는 조만간 하윤이의 좋은 점을 알게 될 것이다. 하윤이는 사람을 진심으로 대하고 이미 수십 년 전에 하윤이가 콩알만 할 때, 영자가 자기에게 말한 적이 있었다. 어린애가 천성이 착해서 영자가 혼자 외롭게 지내고 있을 때 영자를 자주 찾아가 말 동무해 주었다. “네, 전에 시골에 있을 때도 포도와 딸기를 심은 적이 있었는데 익고 나서도 어쩐지 달지 않고 떫은맛이 있었어요. 씨앗과 해빛의 원인이란 걸 인제야 알게 됐어요. 제가 선택한 장소는 해빛이 부족해요. 할머니, 제가 먼저 가서 얘네들을 깨끗이 씻고 올게요.” 서하윤은 금주 할머니와 함께 있을 때 할 말이 많았다. 아마도 금주 할머니는 영자 할머니처럼 그녀를 아끼는 마음은 진심이었기 때문이다. “하하, 네 영자 할머니한테 들은 적 있어. 네 어렸을 때 밭에 가는 것을 좋아했다고 어린 나이에 농사를 지을 줄 안다고 말한 적 있었어.” 금주 할머니는 마침 그 장면을 본 것 같았다. 어린아이가 어른스럽게 농사하고 귀엽기도 하고 가엽기도 했다. 영지가 하윤이는 어릴 때부터 철이 있어서 밭에 나가는 것도 양어머니와 오빠들을 도와서 농사일을 거두었다고 했었다. 수다를 떠느라고 옆에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는 늙은이와 젊은이를 보고 있던 차은우는 잘생긴 눈섭을 치켜올렸다. 예전에 느꼈던 이상한 감각이 또다시 살아났다. 서하윤 이 여자는 청순하고 이쁘지만 속셈이 너무 많다. 지금은 그를 무시한 척하고 방금 전 표도 밭에서는 그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밥 먹고 나서 금주 할머니는 방긋방긋 웃으면서 서하윤과 차은우를 방을 쉬라고 떠밀었다. “니들 둘이 본가에서 나와 같이 있어 주니 건강이 빨리 회복될 거야! 그런데 지금 시간이 늦었으니 니들도 어서 방에 들어가 부부간의 귓속말을 해야지. 얼른 쉬어.” 서하윤과 차은우는 하는 수 없이 방으로 들어갔다. 방안의 문과 창문에 커다란 ‘희’ 자가 붙어 있는 것을 보고 서하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생각하지 않아도 금주 할머니가 사람 시켜 붙힌 것이었다. 보기에는 경사스럽지만 그와 차은우한테는 어울리지 않았다. 그녀는 차은우르 바라보았다. “우리 둘 누가 먼저 씻으러 가?” 바쁜 하루를 보내고 옛 그림을 복원하는데 워낙 열중하다 보니, 점심시간도 별로 휴식하지 못하고 지금 조용해지니 피곤함이 쏟아졌다. 차은우는 서하윤을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봤다. “제가 방금 한 말 잊으신 건가요? 우린 서로 사랑하지 않고 그냥 연기일 뿐입니다.” “차은우 씨, 생각이 너무 많은 것 아닌가요? 당신 자기 전에 샤워 안 하시는 건가요? 연기는 연기일 뿐, 하지만 저보고 샤워 안 하고 자라고 하면 저는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서하윤이 되물었다. 차은우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서하윤은 옷장에 가서 옷을 찾으러 갔다. 김 집사가 이미 그녀와 차은우의 옷을 조금 준비했으니 힐리우스에 가서 따로 옷을 가져오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옷장에는 여러 가지의 옷들이 다 있었다. 김 집사는 매우 세심해서 모두 준비했다. 그녀는 잠옷을 한 벌 골랐다. “저 먼저 씻으러 갈게요. 걱정 마세요, 빨리 씻을게요.” 차은우는 곧바로 욕실에서 샤워하는 물소리가 흘러나오는 것을 들었다. 예전에 그의 앞에서 샤워를 하는 여자는 없었다. 이번이 처음이다. 사람을 못살게 구는 물소리를 들은 차은우는 눈을 내리깔고 문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문을 열자 김 집사를 만났다. 김 집사는 손에 국 한 그릇을 들고 있었다. “이건 어르신께서 제게 도련님께 준비하라고 한 보약입니다. 도련님이 마시면 몸에 좋다고 했습니다.” “보약?” 차은우는 눈살을 찌푸리면서 허탈했다. 할머니께서는 요즘 드라마를 너무 많이 보셨나? 별수를 다 쓸 줄 알아? 심지어 김 집사한테 보약까지 다 대령하다니. “먼저 저 주세요. 안에 들고 들어가서 천천히 마실게요.” 차은우는 김 집사로부터 보약을 받고 펑 하고 문을 닫았다. 들어가자 귓가에는 욕실의 물소리가 들려왔다. 차은우의 눈은 차갑고 어두워졌다. 눈앞의 보약을 보더니 그는 문득 화를 자초하는 것에 후회하게 되었다. 머리가 또 다시 살살 아프기 시작했다. 그는 머리를 누르자 문득 저녁 먹기 전, 서하윤의 부드러운 손은 그의 머리에 올려서 매번 그의 혈 자리를 누르면 그를 아주 편안하게 했던 느낌이 떠올랐다. 이때 휴대폰에서 카톡이 왔다. 그는 휴대폰을 열어봤다. 장실장이었다. [회장님, 저 혹시 서하윤 씨의 카톡을 추가해도 될까요?] 차은우는 욕실로 한 번 보더니 된다고 문자를 했다. 그러고 나서 뭔가 타당하지 않은 듯 다시 문자해서 물었다. [추가해서 뭐 하려고? 그녀한테 관심 있어?] 장실장은 연이어 보낸 두개의 카톡을 보더니 눈이 휘둥그레졌다. 자기가 서하윤 씨한테 관심이 있다고? 그는 그런 용기가 없다! 회장님과 서하윤 씨는 위장 결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는 감히 회장님의 형식상의 아내를 좋아하는 용기가 없다! 장실장은 재빠르게 문자 보냈다. [절대 아닙니다!!! 저는 단지 서하윤 씨한테 제가 마음에 드는 옥패를 한 번 보아 달라고 하고 싶은 것 뿐입니다. 좋은 물건인지 아닌지를 몰라서 서하윤 씨가 보고 나서야 감히 살 수 있습니다.] 회장님께서 그의 느낌표 세 개를 볼 수 있었으면 했다. 차은우가 대답했다. [응.] 차은우의 허락이 떨어지고 나서 장실장은 즉시 휴대폰 전화번호를 통해 서하윤을 친추했다. 10분 기다리고 나서 장실장은 친추가 승인되지 않자, 고민 끝에 차은우에게 다시 카톡을 보냈다. [회장님, 서하윤 씨가 저의 친추를 동의하지 않았어요.] 얼마 지나지 않아서 장실장은 회장이 그에게 답한 카톡을 보게 되었다. -- 그 사람 샤워하고 있어. 비록 아주 단순한 네 글자에 불과했다. 하지만! 하지만!! 회장님과 서하윤 씨 두 사람 설마 - - 잤어? 위장결혼 아니었어? 이렇게 잔 거야? 그럼 오늘 밤 서하윤 씨는 그의 친추를 동의할 시간과 기회가 없겠지? 회장님께서는 평상시 운동해서 8개의 복근이고 뭐고다 있고 체력도 좋고. 그리서... 그는 잠자기 전에 상대편에서 여러 옥패 사진을 좀 더 보내도록 하고, 그중에서 자기가 좀 더 고르고 나서 내일 서하윤 씨가 자기를 도와서 몇 가지를 골라볼 수 있도록 생각하고 있었다. 20분 뒤 친추가 되었다는 알림톡이 올라오자 장실장은 눈을 비볐다. 잘못 본 거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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