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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7장

그는 정신없이 멀지 않은 곳에 광경을 바라보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아침노을의 찬란한 붉은 빛이 푸른 바닷물에 반사되었고, 또한 그의 눈 속에 흠 없고 섬세한 얼굴도 비췄다. 이때 소만리는 맨발로 바닷가 해변에 웅크리고 앉아있었다. 그녀는 손에 무언가를 들고 눈을 내리깔고 그것을 쳐다보면서, 눈썹을 올리며 빙긋 웃었다. 그러나 발소리를 들은 듯 소만리는 뒤돌아보다가 가까이 다가오는 기모진을 보고, 그녀의 얼굴에서 감미로운 미소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천리.” 소만리는 그를 외면하고 일어나서 계속 걸어갔다. 기모진은 홀로 쓸쓸히 그녀의 뒤를 조용히 따라다니며 그녀가 걸어온 길을 걸었다. 그녀는 바로 지척 앞에 있었지만 그는 손을 내밀어 그녀의 그림자를 어루만질 뿐이었다. "30분만 더 있으면 배가 해안까지 올 거야. 그때 당신은 갈수 있어" 소만리는 뒤에서 들려오는 기모진의 목소리를 듣고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알아요, 이미 해안가에 가서 봤어요." 기모진은 소만리를 붙잡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스스로에게 쓴웃음을 지었다. “당신 기묵비와 F국에 가는 거 맞지?" "그건 내 일이니, 당신과는 상관이 없어요." 소만리가 말을 하며 발걸음을 멈추고 돌아서자, 햇빛 아래 기모진이 웃는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이 유난히도 부드러웠다. "기모진, 진심으로 한사람을 사랑하는 게 어떤 것인지 알아요? 당신이 나에게 하는 그런 일은 절대 하지 않을 거예요." "그러니까 당신은 나를 사랑하지 않는 거예요." 그녀는 그녀에 대한 그의 감정을 완전히 부정했다. 기모진은 그녀의 말을 들으며 수많은 화살이 가슴을 뚫고 지나간 황량한 아픔을 묵묵히 맛보면서도,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는 논쟁도 하지 않고, 어떠한 설명도 하지 않았다. 그가 그녀를 사랑했다는 것은 한결같이 그 한사람만이 알고 있었다. “뿌우우우웅..." 저 멀리, 배가 항해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만리는 눈을 들어 보고서는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그녀는 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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