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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8장

기모진의 차가운 눈빛과, 그 차가운 분위기로 소만영의 뜨거운 기대심을 얼려버렸다. "난 평생 한 여자한테만 마음을 썼어. 그 여자가 바로 천리야. 당신 같은 음험하고 악랄한 여자를 좋아하는 남자가 있을까?" "헉!" 소만영은 쓴웃음을 지으며 두 주먹을 불끈 쥐었고, 그녀의 두 눈은 경렬한 질투와 증오로 가득 차 있었다. "좋아, 이 대답은 철두철미해서 나를 눈을 감을 수 없게 만드네!" 그녀는 입술을 심하게 깨물고 살이 터지고 피투성이가 되어 입을 다물지 않았다. 기모진은 그녀의 흉악한 모습을 보는 데 관심이 없었고, 참을 수 없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난 여기 있을 시간이 없어. 당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해." 기모진이 자신을 외면하는 것을 보고, 소만영은 비꼬며 쓴웃음을 지었다. “모진, 나 내일 죽을 텐데 왜 나를 쳐다보지도 않아요? 내가 정말 그렇게 못 생겼나요? 당신이 항상 저 보고 저는 세상에서 제일 예쁘고 착한 여자라고 말하곤 했잖아요." 그 말을 듣고 있으니 기모진의 눈에는 증오가 더 짙어졌다. "만약 당신이 당신을 천리라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가장 아름답고 착하다는 말을 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소만영, 죽는 날까지 더 이상 당신을 혐오하게 만들지 마. 더 역겨워." “……….역겹다고?” 소만영의 얼굴이 거칠게 바뀌었고 누렇게 뜬 손가락으로 쇠기둥을 잡아당기며 말했다. "그래 난 역겨워요. 그런데 내가 왜 이렇게 역겨운 일들을 많이 했을까요? 모두 당신을 위해서였어! 난 당신을 위해서 모든 것을 다 했는데, 왜 당신은 나를 똑바로 쳐다보지도 않아요? 왜 그렇게 오랜 세월을 따라오면서 나를 한번도 만지지 않았어요!” 뜻밖에 소만영의 입으로 그들 사이에 어떤 피부 접촉도 없었다는 말을 들었다. 기모진의 차분한 얼굴에 잔잔한 물결이 일었다. 그는 그녀를 손도 대지 않았다고 짐작은 했지만, 그녀의 고백만큼 기분 좋은 일은 없었다. ...... 별장 서재에서 소만리는 스케치를 한 장을 다 그리고 아래층에 가서 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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