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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9장

화장실에서 한 사람이 걸어 나와 진지하게 소만영을 옹호했다. 기모진의 눈빛에 차가운 바람이 매섭게 스쳐 지나갔다. “어머니께서 만영이를 여기에서 지내라고 하셨다구요?" "만영이가 여기 와서 사는 게 어때서? 원래 너의 약혼녀지 않느냐? 란군이까지 더해 너희는 이미 한 집안 사람이야. 이왕 한 집안 사람이 된 바에는 같이 사는 거지!" 기씨 부인의 말은 확고하여 기모진의 표정 변화를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오히려 더 거만한 태도를 보였다. "만영이가 이번에 이런 일을 당했으면, 너는 약혼자로서 이 아이를 위로하고 토닥여 줄 책임이 있잖니! 하루 종일 그 여우 같은 년과 히히덕 댈 것이 아니라!" 기씨 부인은 소만영의 어깨를 다정하게 톡톡 두드리더니 정색을 하면서 기모진을 바라보았다. "모진아. 이 어미는 네가 줄곧 자신의 주관이 또렷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번엔 반드시 내 말을 좀 들어야겠다. 당장 그 천미랍과 연락을 끊길 바란다. 그 계집애는 딱 봐도 좋은 애가 아니야. 만영이가 이번에 당한 일은 그년이랑 관계가 없을 수가 없어!" "사진은 네가 뗐어?" 갑자기 기모진이 차갑게 입을 열었다. 소만영과 기씨 부인은 동시에 멍해졌다. 기씨 부인은 겁 없이 입을 열었다. "내가 떼라고 한 거다. 그 천한 것이 죽은 지 얼마나 되었는데, 아직도 사진을 가지고 뭐 하는 거야? 나는 보기만해도 치가 떨린다! 앞으로 사진을 걸려면 너와 만영이의 웨딩 사진을 걸어라!" 기씨 부인은 팔짱을 꼈는데, 온몸으로 냉기가 느껴지고 있다는 것을 전혀 의식하지 못했다. "이방에 있는 물건들은 모두 내가 치우라고 했다. 그 천한 년과 관련된 물건들만 골라 다 갖다 버리라고 했으니까 그리 알아라!" 말소리가 떨어지기 무섭게 기모진은 몸을 휙 돌려 옷장 앞으로 다가갔다. 그가 옷장 문을 열자 소만리가 생전에 입었던 옷들은 남김 없이 정리되었고 대신에 소만영의 비싼 치마들이 잔뜩 걸려있었다. 옷장 손잡이를 잡고 있던 그의 손에 조금씩 힘이 들어갔다. 그의 하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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