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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8장

소만리는 기모진의 깊고 가늠하기 어려운 눈동자를 응시하며, 그의 손에서 자신의 손을 빼낸 후 당당하게 차에서 내렸다. 그녀의 등뒤로 기모진의 시선을 느낀 소만리는 거침없이 미소를 지었다. ‘기모진.. 이제서야 소만영의 추악한 정체를 보기 시작하다니. 그런데 어쩌지.. 안타깝게도 이미 늦어버린 걸. 여태껏 내 몸과 마음이 받은 상처들이 아직 다 아물지도 않았어.. 지금의 천미랍을 통해 네 마음속의 죄책감을 달래려고 하지 마. 지금의 난 그저 너를 한 걸음 한 걸음 나락으로 빠뜨려 줄 뿐이니까.’ ...... 기모진은 소만리의 뒷모습이 자신의 시야에서 사라지는 것을 다 보고 나서야 핸들을 돌렸다. 그는 또 88송이의 붉은 장미를 사서 묘지로 갔다. 소만리의 묘비를 향해 그는 하고 싶은 말이 많았으나, 마음 속으로 삼키는 그였다. 한참이 지나서 그가 중얼거렸다. "기회가 되면 내가 그녀를 데리고 널 만나러 올게 만리야. 넌 아마 깜짝 놀랄 거야. 이 세상에 정말 너와 똑같이 생긴 사람이 있을 테니까.." 그는 묘비에 적힌 이름을 애틋하게 바라보았다. 초가을의 따스한 햇빛이 쏟아졌지만, 그의 마음 속에 드리워진 뿌연 안개를 걷어내진 못했다. 집으로 돌아간 후 기모진은 천미랍이 납치된 사건에 대한 조사가 완전히 끝났다는 것을 보고받았다. 그 네 명의 양아치들은 모두 빠짐없이 소만영을 이 사건의 주동자로 지목했다. 그들은 번갈아 가면서 소만영과 관계를 맺었다는 것을 인정했지만 소만영이 그것을 원했다고 자백했다. 기모진은 이 진술을 듣고 다시 한 번 거부감과 메스꺼움을 느꼈다. 그녀가 이렇게 당하기를 분명히 원했다고? 그는 이 조사 결과를 받아들일 수도, 믿을 수 조차도 없었다. 소만영은 그의 인생에서 그를 설레게 한 첫 번째 여자이자, 10여 년 동안 자신의 마음속에 깊이 품고 있던 유일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이제 하나의 진실이 밝혀지면서, 그 모든 일들이 소만영의 악랄한 성격을 드러냈기에 그는 더욱 놀라움을 금치 못했고, 더욱 더 이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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