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9장
예기욱의 얼굴빛이 일순 어둡게 변했고 붉어진 눈가에는 조마조마한 빛이 스쳐 지나갔다.
“예선이가 날 그 정도로 싫어해?”
“당신만 싫어하는 게 아니라 나도 싫어해요.”
사영인은 헛헛한 마음에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누굴 탓하겠어요? 다 우리가 자초한 건데.”
“아니, 당신 탓이 아니야. 다 내 탓이지.”
예기욱은 지난날의 일들을 모두 자신의 탓으로 돌렸다.
“그때 내가 일찍 알았더라면...”
“이미 다 지난 일이에요. 더 이상 꺼내지 마세요.”
사영인은 예기욱의 말을 잘랐다.
그들 모두를 고통스럽게 했던 지난 일을 더 이상 떠올리고 싶지 않았다.
“그해 무슨 일이 있었든 그건 모두 부모인 우리 잘못이에요. 예선 혼자 내버려두고 부모 없는 고아처럼 자라게 해선 안 되는 거였어요. 예선이 십수 년 동안 잃어버린 부모의 사랑을 이제 와서 무슨 수로 채울 수 있겠어요? 그게 우리한테는 평생의 한으로 남을 거예요.”
예기욱은 이 말을 듣고 죄책감에 한숨을 내쉬었다.
사영인은 마음이 아팠지만 예선이 조금씩 자신을 어머니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생각이 떠오르자 그녀의 얼굴에 다시 은은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됐어요. 당신도 더 이상 깊이 생각하지 말아요. 결국 예선이가 우리 딸이란 사실은 변함이 없어요. 예선이는 입이 무겁고 마음이 약한 아이에요. 언젠가 예선이도 당신을 아버지로 받아들이는 날이 올 거예요.”
“정말 그럴까?”
예기욱이 기대에 찬 눈빛으로 말했다.
“정말 그랬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때는 우리도 한 가족으로 모일 수 있겠지?”
“한 가족이요?”
사영인은 이 단어에 대해서는 아직 낯선 느낌이 드는지 의아해하는 눈빛으로 말했다.
정말로 오래도록 동경해하던 모습이었지만 어찌 보면 그녀에겐 너무나 아득히 먼 일 같았다.
사영인은 잠자코 한숨을 내뱉었고 예선이 다가오는 발자국 소리가 들리자 예기욱에게 눈짓을 하며 목소리를 낮추었다.
“더 이상 말실수하지 말아요. 지금은 그냥 의사로 온 거예요. 예비 사위를 살리는 일에 우선 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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