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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8장

예선은 천천히 핸드폰을 꺼내어 화면에 이것저것 누르면서 말했다. “여 과장님, 내가 진작에 말씀드렸잖아요. 장 사장님 디자인 건은 이미 거의 다 완성되었다고. 단지 집에 있는 노트북이 고장 나서 어쩔 수 없이 회사에 달려와서 작업을 했을 뿐이라고요. 내 설명은 듣지 않으시고 내가 지금 연애 중이라는 것만 생각하고 일에 집중하지 않는다고 말씀하셨죠.” “그런데 내가 지금 말씀드릴 것은 안타깝게도 내 노트북이 수리되었다는 거예요. 노트북에는 디자인이 완성된 시점이 정확하게 기록되어 있죠.” “...” 여 과장의 입꼬리가 일그러졌고 반지수의 얼굴도 굳어졌다. 옆에 있던 류다희는 여 과장과 반지수의 표정을 보고 속이 후련했다. “그럼 그 디자인 시안은 지금 어디에 있어요?” 사장이 궁금한 듯 물었다. 예선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 남자친구가 지금 가지고 오고 있어요. 노트북을 방금 수리했거든요.” 그녀가 말을 마치자 룸 입구에서 훤칠하고 늠름한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예선은 소군연을 보자마자 사랑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다가갔다. 류다희는 조용히 사장 곁으로 두어 발자국 다가가서 그녀의 어깨로 살며시 그의 팔을 툭툭 건드리며 눈짓했다. 사장은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소군연에게 시선을 옮겼고 예선이 소군연과 몇 마디 나눈 후 노트북을 들고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 지금은 모두가 예선의 행동에 온 신경이 쏠린 나머지 방금 류다희가 사장의 팔을 툭툭 치는 것을 본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여 과장은 그 장면을 놓치지 않았다. 마음속에 품고 있던 의혹이 완전히 사라지고 선명하게 뭔가 보이는 것 같았다! 예선은 노트북을 들고 와 익숙한 손놀림으로 파일함에서 디자인 시안을 찾아 화면에 띄워 모두에게 저장된 시간을 보여주었다. 반지수는 어쩔 줄 몰라하며 입을 오므렸다 풀었다를 반복했다. 일이 이렇게 반전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여 과장은 이미 할 말을 잃은 듯했다. 그가 아무리 변명해 본들 지금 눈앞에 보이는 사실은 변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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