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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장

소만리는 자신이 초라하다고 느꼈다. 여자라면 누구나 사랑하는 남자에게 자신의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싶어한다. 하지만 소만리는 그를 마주할 때마다 가장 비천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그녀에게는 그가 남긴 상처가 남아있다. "누가 들어 오래?" 기모진이 그녀를 문밖에서 가로막았다. "여기 내 집이야"소만리는 기모진을 쳐다보며 말했다.  "집? 이 집이 너한테 어울려?" 그가 비웃으며 차갑게 말했다.  기모진의 한마디 한마디는 듣고 소만리는 가슴에 못이 박힌 듯 아팠다. "만영이 아니었으면 너 평생 감옥에서 살았을 거야." 기모진의 말에는 소만영에 대한 애정이 배어 있었다. "그래 맞아, 만영 언니 아니었으면 내가 언제 감옥에 가보겠어? " 소만리는 비웃으며 말했다.  "소만리, 너 아직도 변명을 해?" 기모진은 소만리의 대답이 언짢았다.  "모진아, 아니야. 내가 하는 말 다 사실이야!" 소만리는 주먹을 불끈 쥐고 고개를 들며 거듭 강조했다. 기모진의 고운 얼굴이 차가워지며 소만리를 째려봤다. "네가 한 짓이 아니야? 좋아! 지금 당장 밖에 나가 빗속에서 무릎 꿇으면 내가 믿어줄게.” 소만리는 아랫배를 감싸고 멍하니 서 있었다. "믿어 달래며, 아직도 멍하니 서서 뭐해?!" 기모진이 차가운 목소리로 재촉하다. 소만리는 비를 맞으며 우수에 찬 눈으로 기억 속에 긴장했던 기모진을 쳐다봤다. "모진아, 그리워..." "모진아, 나 배고파." 소만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방 안에서 소만영의 애교 섞인 목소리가 들렸다. 알고 보니 소만영도 여기에 있었다. 말할 수 없는 통증이 순식간에 번지며 그녀의 마음은 점점 무너졌다. 마치 구렁텅이에 빠진 것 같았다. 기모진이 귀찮다는 듯 소만리를 힐끗 쳐다봤다. "만영이 오늘 밤 여기서 잘 거야. 이 집에 다시 들어오고 싶으면 내가 만족 할 때까지 무릎 꿇고 있어." 그는 이 말을 남기고 문을 닫으며 들어가버렸다. 소만리는 차가운 빗방울을 맞으며 그의 몸도 같이 차가워졌다. 밤이 되자, 안방 불이 켜지고 커튼에 비치는 두 사람의 그림자가 소만리를 거슬리게 했다. 기무진, 너 정말 나 믿을 수 있어? 하지만 소만리는 결국엔 기모진 옆에 누워 있는 소만영을 이길 수 없을 거라고 생갔했다.  하룻밤이 지나고, 소만리는 의기양양하게 웃는 소만영을 봤다.  "소만리, 설마 너 모진이에게 관심받으려고 진짜 밤새도록 무릎 꿇고 있었어?"  소만영의 말에 힘이 있는 걸 보니 아무 문제가 없는 것 같았다. “무릎 꿇는 거 좋아하면 계속 꿇고 있어! " 그녀는 방정맞게 웃으며 돌아섰다.  소만리는 밤새도록 무릎 꿇고 있어 온 몸이 마비된 듯 움직이지 못했다. 그녀는 힘겹게 몸을 일으켜 집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하지만 몇 발자국 가지 못하고 기모진과 마주쳤다. 소만리는 무릎을 꿇고 손을 뻗어 기모진의 옷자락을 움켜쥐었다. "모진아, 날 믿어, 난 정말 만영 언니 안 밀었어..." 소만영은 힘없이 애원했다. "너 같은 악랄한 여자를 내가 어떻게 믿어?" 기모진은 차갑게 웃으며 매몰차게 소만리를 뿌리쳤다. 소만리는 머리가 깨질 것 같이 아파 엎드린 채 몸을 펴지 못했다. 그녀는 배를 움켜쥐었고,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뱃속의 아이를 생각하며 소만리는 있는 힘을 다해 기모진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았다. "모진아, 나 배가 너무 아파. 제발 병원에 데려다줘..." 그러나 기모진은 그녀를 혐오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봤다. "소만리, 너 연기 정말 잘한다." "아니야, 모진아... 나 연기하는 거 아니야.... 모진아, 나 배가 정말 아파..."소만리는 점점 의식이 흐트러지는 것을 느끼며 기모진의 바짓가랑이를 더욱 꽉 잡아당겼다. “네가 나를 아무리 싫어한다고 해도 뱃속에 아이는 네 자식이야…." "흥!" 기모진은 차갑게 웃으면 더 매몰차게 말했다. "내 자식? 소만리 넌 정말 뭐든지 다 꾸며내는구나! 꺼져!" 화가 난 기모진은 그의 바짓가랑이 잡고 있던 소만리를 걷어찼다. 버려진 소만리는 쓸쓸히 웃으며 차가운 기모진을 힘겹게 쳐다봤다. 눈물이 그녀의 눈가를 타고 입술로 흘러내리며 가슴이 아파왔다. "12년 전, 한 남자아이가 본인 입으로 나에게 한 말이 있어, '아리야, 영원히 너를 보호하고 지켜줄게. 더 이상 네가 상처받지 않게 해줄게..' 근데 알고 보니 이 말들은 다 거짓말이었어. 12년, 그저 나 혼자만의 우스운 사랑의 집착이야. 너는 더 이상 나의 오빠가 아니야." "뭐? " 기모진의 가슴이 뛰며, 순간 가슴속에 가장 아름다웠던 자신만의 추억이 떠올랐다. 12년전, 기모진은 해변에서 "아리"라는 여자아이를 만났었다. 그 여자아이는 순수하고 사랑스러워 그가 첫눈에 반했다. 그 아름다운 시절, 그 여자아이는 매일 그를 따라다니며 "모진 오빠~"라고 달콤하게 불렀다. 그도 그녀와 영원히 함께 하겠다고 약속하고, 그녀를 아내로 맞이하겠다고... 나중에 그는 그 여자아이의 완전한 이름이 소만영이라는 것을 알고 평생 소만영이라는 여자아이에게 잘해주고, 그녀에게 상처 준 사람은 가만두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소만리가 어떻게 자신의 어릴 적 약속한 얘기를 한 걸까? 기모진은 심장이 튀어나올 것 같아 갑자기 몸을 숙이며 두 손으로 소만리의 어깨를 꽉 잡고 말했다. "너 방금 뭐라고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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