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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3장

이 말에 소만리는 아무 말도 못 하고 고개만 끄덕거렸다. 그녀는 마음이 진정되지 않아 자꾸만 손가락을 꼼지락거리고 있었다. “어젯밤 대책을 강구해서 고승겸을 찾아간다고 말했는데 자고 일어나 보니 그 사람은 방에 없었어. 핸드폰도 연결이 안 돼.” 너무나 불안한 나머지 소만리는 자신의 심장이 점점 쪼그라드는 것 같았다. “기모진이 혼자 고승겸을 만나서 무슨 일이 생기지나 않았는지 너무 걱정돼.” “너무 걱정하지 마. 내가 누나랑 같이 가고 있잖아. 핸드폰이 연결되지 않는 건 신호가 잘 안 잡혀서 그럴 수도 있어.” 강자풍은 소만리가 자꾸 불안한 생각을 하지 않길 바라면서 위로의 말을 건넸다. 소만리도 기모진이 아무 일 없이 무사하기를 누구보다 바라지만 불쑥불쑥 솟아오르는 불안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차로 십여 분 정도 달리자 흑강당 옛 건물에 도착했다. 앞에 있는 큰 건물을 보자 소만리는 옛 기억이 되살아났다. 기여온이 강자풍의 형 강어에게 납치당했다고 기모진이 생각했던 그때 그녀는 이곳에 한 번 온 적이 있었다. 그때 강연이 기모진을 좋아하게 되면서 이후 불행하고 성가신 일들이 줄줄이 일어났다. 소만리는 곧바로 차에서 내려 얼른 대문을 향해 달려갔다. 문이 열려 있는 걸로 보아 조금 전에 누군가 들어간 것 같았다. 소만리가 건물에 들어서니 먼지 냄새가 확 풍겨왔다. 그동안 이곳에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고 당연히 청소하는 사람도 없었을 것이다. “모진, 당신 여기 있어? 모진.” 소만리는 기모진의 이름을 부르며 안으로 들어갔지만 아무도 그녀의 부름에 응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심장 박동이 요동치는 것을 느꼈고 목소리도 점점 떨리기 시작했다. 고승겸은 만반의 준비를 다 해놓고 기모진을 이곳으로 끌어들였을 텐데 기모진이 혈혈단신 혼자 몸으로 호랑이 굴에 들어온 격이니 이것은 분명 처음부터 기울어진 승부였다. 강자풍도 차를 세운 뒤 얼른 건물 안으로 들어가려고 차에서 나가려는데 누군가가 건물 밖으로 나오는 모습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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