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4장
고승겸은 똑똑하고 치밀한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어떻게 쉽게 자신을 드러내겠는가.
고승겸은 남연풍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었음에도 담담하게 아무렇지 않은 척 행동했다.
거처를 마련한 고승겸은 방문을 닫고 조용히 남연풍의 앞으로 다가갔다.
그는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담담한 눈빛으로 남연풍을 바라보았다.
“당신 그거 알아? 예전에는 내가 뭘 하든 당신은 내 편이었고 내가 하는 말이면 무슨 말이든 다 실행에 옮겼어. 그런데 지금은...”
“고승겸, 내가 이미 말했지. 이전에 내가 그랬던 것은 당신의 환심을 사서 위해서 당신이 만들어 놓은 인물에 날 억지로 맞추려고 했었기 때문이야. 그러나 지금은 그저 내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할 뿐이야.”
남연풍은 칼같이 차갑게 고승겸이라는 존재를 자신에게서 끊어 내었다.
그녀의 눈에는 고승겸에 대한 실망과 회한이 묻어나고 있었다.
“고승겸, 이제 우리는 되돌릴 수 없는 사이야.”
고승겸은 잠시 멍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
“과거로 되돌릴 수 없다는 것도, 우리 사이가 다시 시작될 수 없다는 것도 알아. 하지만 그건 아무래도 상관없어. 왜냐하면 당신 마음속엔 여전히 내가 자리 잡고 있으니까.”
이 말을 듣고 남연풍은 고승겸을 담담하게 쳐다보았다.
그의 밑도 끝도 없는 이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남연풍은 더 이상 대화를 이어가기 싫어서 휠체어를 돌려 기여온 쪽으로 돌렸다.
그러나 고승겸의 말을 부인하지는 않았다.
고승겸도 더 이상 말해 봐야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고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한 후 고개를 들어 남연풍을 바라보았다.
“나 잠깐 나갔다가 올 테니 꼬맹이 데리고 도망갈 생각은 하지 마. 당신이 그렇게 하면 할수록 꼬맹이한테 더 불행한 일만 생길 거야.”
고승겸은 경고의 말을 남기고 홀연히 집을 나섰다.
이번에도 그는 밖에서 문을 잠갔고 방 안의 전화선은 아예 잘라 버렸다.
고승겸이 밖에서 문을 잠그는 소리를 들으며 남연풍은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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