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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장

기여온의 이름이 아래층에서 희미하게 들리자 소만리는 얼른 몸을 돌려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강자풍은 소만리가 아래층으로 내려오는 발자국 소리를 들었는지 일부러 문 쪽으로 걸어가며 소만리를 피했다. 강자풍의 그런 움직임을 눈치챈 소만리는 더 빠르게 걸어 쫓아갔지만 강자풍에게 가까이 갔을 때 이미 그는 전화를 끊어 버렸다. “강자풍, 방금 누구랑 통화한 거야? 여온이랑 관련 있는 거 아니야? 너 여온이를 어디로 데려갔어?” “강자풍, 빨리 말해!” 소만리는 타는 듯한 마음을 부여잡고 강자풍을 추궁했으나 그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소만리, 더 이상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지 마. 난 당신한테 기여온이 어디에 있는지 말해 주지 않을 거야.” 강자풍의 대답은 냉혹하면서도 인정사정없었다. 소만리는 그가 자신과 기모진에 대한 오해로 이런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소만리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못내 섭섭하기도 했다. “강자풍, 우리가 처음 알았을 때 난 우리가 항상 좋은 친구로 지낼 것이라고 생각했어. 그런 우리가 지금 왜 이런 관계가 되었는지 정말 모르겠어.” 소만리는 자신도 모르게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강자풍, 여온이는 아직 어린아이야. 그 아이는 아무것도 몰라. 몸도 아파서 엄마 아빠의 보살핌과 손길이 필요해. 제발 내 딸 돌려줘. 네가 나와 내 남편을 어떻게 대하더라도 다 감당할게.” 강자풍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가 소만리의 말을 듣고서야 고개를 돌려 그녀의 시선을 마주했다. “여온이가 아프다는 걸 알고 난 이미 의사를 불러서 여온이를 치료해 줬어. 여온이는 지금 나랑 같이 있는 게 훨씬 나을 거야. 내가 검사 보고서들도 다 사진 찍어서 당신들한테 보여줬잖아, 안 그래?” “네가 여온이에게 잘 대해주는 건 알지만 여온이는 내 딸이야.” 소만리는 자신이 여온이의 엄마임을 강조하며 강자풍이 조금이라도 자신의 마음을 이해해 주길 바랐다. 그러나 강자풍은 전혀 이해하려 들지 않으며 가벼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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