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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장

호정은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갑자기 험악한 표정으로 소만리를 향해 달려들었다. 마치 소만리와 함께 죽기를 각오한 사람 같았다. 소만리는 자신의 손등에 난 상처를 돌볼 겨를도 없이 급히 호정의 공격을 피해야 했다. “네가 이렇게 이성을 잃은 행동을 하기 전에 네 가족을 먼저 생각해 봐.” 소만리는 호정을 타일렀다. 자신의 손등에서는 갈라진 틈으로 점점 더 많은 피가 흘러나왔다. 가능한 한 빨리 상처에서 피가 나오는 걸 막아야 했다. 소만리는 자신의 혈액형이 희귀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이렇게 피를 많이 흘리면 문제가 생길 수 있어 곤란한 지경이 빠질 거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호정은 소만리의 말을 듣고 오히려 기고만장한 모습으로 말했다. “하하하, 가족이라고? 나한테 가족이 있었다면 어떻게 그런 허드렛일이나 하는 일에 뛰어들었겠어요!” 호정은 소만리를 향해 포효했고 자신의 신분에 대한 증오심을 품고 있다는 것을 소만리는 알 수 있었다. 칼을 움켜쥔 호정의 손이 가늘게 떨리며 소만리 쪽으로 향했고 눈에는 질투심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소만리, 당신은 왜 이렇게 팔자가 좋아요? 당당한 귀족 집안에서 태어나 평생 걱정 없이 호의호식하다가 훌륭하고 완벽한 남자까지 만났으니 당신 인생은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겠죠. 하지만 난, 왜 나만 이런 건데요?” 호정은 마음속에 품고 있던 불만을 토로하며 두 눈이 온통 시뻘겋게 변했다. “내 부모님은 남존여비 사상이 뼛속까지 물든 사람이었어요. 난 태어나자마자 다른 곳으로 보내졌고요. 양부모님은 나에게 매우 친절했지만 찢어지게 가난했어요. 공부시켜줄 돈도 없어서 학교도 제대로 못 다녔는데 양부모님은 성년도 되지 않은 나한테 아르바이트라도 해서 돈을 벌어오라고 강요했어요. 얼굴이라도 반반하게 생기지 않았더라면 난 고 씨 집안에도 들어갈 수 없었을 거예요!” 호정은 말을 하면 할수록 감정이 격해졌고 칼을 쥔 손도 더욱 떨리기 시작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소만리의 얼굴은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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