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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장

소만리는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의사의 진료실을 나와 곧바로 병실로 향했다. 그러나 병실에 도착하기도 전에 소만리는 수많은 기자들이 병실 입구를 에워싸고 있는 것을 멀리서 보았다. 소만리는 이 사람들이 뭐 하나라도 꼬투리를 잡으려고 병실 입구를 지키고 있다는 것을 잘 안다. 그들은 호정의 입에서 더 강력하고 자극적인 말이 나오기를 원했고 호정이 한 말이 모두 사실임을 증명하길 원했다. 그렇게 해야 그들이 쓴 기사가 폭발적인 조회수를 기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만리는 깊이 생각하지 않고 바로 핸드폰을 들고 돌아서서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1201호 환자 가족인데요. 옆의 병실 앞이 너무 시끄러워요. 왜 그렇게 시끄러운 거예요? 시끄러워서 도저히 우리 가족이 쉴 수가 없어요. 빨리 사람을 불러 좀 처리해 주세요.” 병원 측에서는 소만리의 민원을 받고 잠시 후 경비원을 불러 기자들을 쫓아내었다. 몇 분 후 병실 입구는 순식간에 깨끗해졌다. 소만리는 그제야 호정의 병실 입구로 가서 작은 창문을 통해 호정이 침대에 누워 편안히 쉬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호정은 혼수상태도 아니었고 오히려 원기왕성해 보였으며 얼굴에 웃음까지 띠고 거즈로 둘러싸인 자신의 손목을 바라보고 있었다. 소만리는 손을 들어 가볍게 노크를 하고 문을 밀고 들어갔다. 호정은 고개를 들어 소만리를 보았고 호정의 얼굴에 잠시 미소가 머물렀다가 이내 굳어지더니 다시 엷은 미소를 지었다. “소만리, 벌써 찾아왔어요? 입구에 있던 기자들, 당신이 다 물리친 거죠? 내가 그들에게 진실을 말할까 봐 두려워서요?” 호정의 득의양양한 표정을 보며 소만리는 이 여자가 보통이 아니라는 생각을 또 한 번 하게 되었다. 적어도 호정은 그녀의 주변에서 계속 소란을 피울 것이고 그것만으로도 소만리와 기모진의 생활은 많이 어지러워질 것이다. “소만리, 난 죽어도 당신들이랑 함께 죽을 거예요. 나 혼자 이렇게 손해 보고 있지 않을 거라구요!” 호정은 갑자기 화가 나서 소만리를 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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