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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6장

남연풍이 소만리에게 최면에 대한 일을 꺼내서는 안 되었다. “소만리, 당신 내 친구랑 얘기하고 있었어?” 고승겸이 다정하게 웃으며 다가왔고 남연풍을 친구라 칭했다. 남연풍은 눈을 들어 그를 흘겨보더니 이내 휠체어 방향을 틀었다. 고승겸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대수롭지 않은 듯 딴청을 부렸지만 그의 눈빛만은 남연풍의 뒷모습에 고정되어 있었다. “미스 남이 기분이 안 좋은가 봐.” 소만리가 입을 열어 세 사람 사이의 어색한 침묵을 깼다. 고승겸은 말없이 남연풍에게서 시선을 거두며 말했다. “방금 무슨 얘기 나눴어?” 소만리는 맑은 갈색 눈동자를 들어 올려 고승겸의 그윽한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아무것도 아니야. 미스 남이 나와 당신을 축하하러 온 거야. 남연풍이 무슨 최면 어쩌구 하는 말을 했지만 난 그게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어.” “최면?” 고승겸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아마도 남연풍이 당신한테 내가 최면술을 할 줄 안다고 말해 주려고 했나 봐.” “승겸, 당신 최면술 할 줄 알아? 그런데 왜 난 그것에 대해 아무런 기억이 없는 거지?” 소만리는 손을 들어 관자놀이를 살짝 눌렀다. “소만리, 어디 불편해?” 고승겸은 다정하게 그녀를 살폈고 소만리는 눈썹을 찡그렸다. “나 조금 어지러워. 가서 좀 쉬어야 할 것 같아.” 고승겸은 시계를 보며 말했다. “저녁에 호텔에서 가족끼리 간단한 식사를 할 거야. 아직 시간이 있으니까 방에 가서 좀 쉬어. 난 가서 내일 있을 결혼식 준비 좀 점검하고 올게.” “응.” 소만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군말 없이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고승겸은 돌아서는 소만리의 뒷모습을 슬쩍 보다가 잠시 생각에 잠긴 듯 미간이 점점 좁혀져 갔다. 그는 곧장 남연풍의 방으로 가서 문을 밀고 들어갔다. 남연풍은 그가 올 줄 알았는지 덤덤한 눈빛으로 고승겸을 맞았다. “할 말 있으면 얼른 해. 나 쉬어야 해.” 남연풍은 냉랭하게 말했다. 고승겸은 그녀에게 다가왔다. 비록 언짢은 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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