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0장
고승겸은 언짢은 표정을 지었고 많이 초조해 보였다.
말이 끝나자마자 그는 화가 난 듯 그 자리를 훌쩍 떠나버렸다.
주변에 있던 경호원들은 비록 내키지는 않았지만 고승겸의 명령을 따르며 기모진을 방으로 데리고 치료하게 해 주었다.
기모진은 자신의 몸을 더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아서 잠자코 경호원을 따라 방으로 돌아왔다.
이윽고 고승겸의 주치의 닥터 육이 도착했고 남연풍도 뒤따라 방으로 들어왔다.
기모진의 안색은 매우 창백했고 피를 많이 흘려서인지 완전히 힘이 쭉 빠진 채 녹초가 되어 침대에 기절하듯 누워 있었다.
옆에서 지켜보던 남연풍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의사 선생님, 어때요? 부상이 심각한가요?”
닥터 육은 기모진의 상처를 살피며 남연풍의 질문에 입을 열었다.
“연풍 아가씨,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아마도 생명에는 지장이 없을 겁니다.”
남연풍도 당연히 기모진의 상처가 생명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라는 걸 알았지만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그럼 치료하는 데 얼마나 걸릴까요? 정상적인 보행에 지장을 줄까요?”
“영향이 없지는 않을 거예요.”
닥터 육은 솔직하게 말했다.
“총상을 입었으니 제대로 치료하지 못하면 다른 합병증을 일으킬 수도 있어요. 앞으로 한 열흘이나 보름 정도는 제대로 걷기 힘들 것 같습니다.”
닥터 육의 대답을 들은 남연풍의 표정이 무겁게 내려앉았다.
열흘이나 보름 동안 걸을 수 없다는 것은 기모진이 소만리를 제대로 데려갈 수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소만리가 최면이 풀리더라도 산비아에서 무사히 빠져나갈 수가 없게 되었다.
“정말 걱정되는 모양이군.”
이때 고승겸의 목소리가 뒤에서 울렸다.
남연풍은 그제야 고승겸이 왔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는 말끔하게 옷을 갈아입고 나타났다.
외형적인 모습은 여전히 우아하고 멋있었지만 온몸에서 풍기는 차가운 기운은 전혀 우아하고 온화한 모습이 아니었다.
남연풍은 고승겸의 말을 무시하고 담담한 얼굴로 앞만 바라보았다.
정신을 잃고 누워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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