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9장
고승겸은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입가에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었다.
“기모진, 산비아에 온 걸 환영해. 그렇지만 이번에는 당신 마음대로 돌아갈 수 없을 거야.”
고승겸은 다시 권총을 장전하고 기모진의 심장을 겨누었다.
그는 피가 멈추지 않고 계속 흐르고 있는 기모진의 종아리를 힐끔 쳐다보며 음흉하고 낮은 소리로 웃었다.
“많이 아프지? 하지만 그 아픔은 곧 사라질 거야. 곧 모든 감각을 잃게 될 테니까.”
그는 시선을 기모진의 몸에 고정시키고 천천히 손가락을 움직였다.
“기모진, 지옥으로 떨어져 내 아들에게 속죄해.”
“그만해!”
고승겸이 기모진을 향해 쏘려고 하는 순간 그를 막는 애타는 목소리가 들렸다.
움직이던 손가락을 멈추고 고승겸은 눈을 들어 2층 베란다를 보았다.
남연풍이 휠체어에 앉은 채 이쪽을 보고 있었다.
남연풍은 긴장되고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뒷마당에서 벌어지는 광경을 바라보았다.
“고승겸, 당신이 기모진을 죽인다면 난 지금 여기서 떨어질 거야.”
남연풍의 목소리가 유난히 고승겸의 귀에 날카롭게 박혔다.
불만스러운 듯 눈살을 찌푸린 고승겸은 더 이상 방아쇠를 당기지 않았다.
“당신은 나한테서 점점 더 낯선 사람으로 변하고 있어.”
남연풍은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나도 이제 그런 비겁한 짓을 하지 않는데 왜 당신은 양심에 어긋나는 짓까지 스스럼없이 하는 거야?”
“이게 양심에 어긋나는 일이야?”
고승겸은 냉소를 터뜨리며 남연풍을 향해 날카로운 시선을 던졌다.
“남연풍, 당신은 정말 죽은 우리 아이가 안타깝지 않아?”
고승겸의 질문이 남연풍의 가슴을 아프게 찔렀다.
그녀가 어떻게 안타깝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러나 정말 방법이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없었다.
그 아이는 낳을 수 없는 운명이었다.
게다가 남사택과 초요가 죽은 마당에 그녀도 따라 죽고 싶은 마음이었고 아이를 데리고 함께 세상을 떠나고 싶었다.
그녀는 자신이 이렇게 생각한 것이 이기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이 아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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