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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5장

이층 침실. 남연풍은 휠체어를 몰고 발코니까지 걸어갔고 기모진은 그녀가 멈출 때까지 그녀의 뒤를 따랐다. 예전 같으면 기모진은 남연풍과 단둘이 있지 않았을 것이고 한 마디도 하고 싶지 않았겠지만 지금은 이미 그녀에 대한 선입견을 내려놓았고 그녀에 대한 신뢰도 조금은 쌓였다. “당신이 꼭 올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바로 고승겸의 집으로 들어올 줄은 몰랐어.” 남연풍은 감개무량한 듯 눈을 들어 기모진을 바라보았다. “당신 같이 함께 걱정해 주고 배려해 주는 사람이 있어서 소만리는 정말 행복하겠어.” 기모진은 남연풍의 말을 듣고 괜스레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는 처음부터 소만리에게 온전한 행복과 애정을 주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기모진이 지금 눈앞의 남연풍을 보니 예전의 날카롭고 매서운 눈빛은 사라지고 없었다. 그러나 이렇게 여유롭게 수다를 떨며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내가 당신을 따라 들어온 건 그런 얘기를 하려고 한 게 아니야.” 기모진은 바로 묻고 싶은 것을 향해 돌진했다. “당신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나한테 알려 줘.” 지금의 기모진에게는 다른 말을 할 마음의 여유가 없다는 것을 깨달은 남연풍은 소만리의 현재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고승겸은 소만리를 아주 깊은 수준으로 최면을 걸었어. 최면에 걸린 소만리를 만난 적이 있는데 그녀는 고승겸을 지금까지 가장 사랑했던 남자로 여기고 있어.” 헉. 이 말을 들은 기모진의 가슴에는 미세하지만 농밀한 통증이 밀려오는 것 같았다. 그도 사실 최면에 걸린 소만리를 만났고 지금의 고승겸을 ‘사랑’하고 있는 그녀를 어쩔 수 없이 마주해야 했지만 실상 그런 최면에 걸려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이게 바로 고승겸이 자신에게 하려던 복수인 건가? 기모진은 마음속으로 차갑게 웃었다. 이 남자의 수법은 정말 상상초월이었다. “사실 소만리가 사랑하는 사람은 당신이고 고승겸은 그녀의 마음에 거짓 베일을 씌웠을 뿐이야. 그 베일이 너무 얇고 튼튼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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