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4장
”그만해.”
고승겸은 갑자기 소만리의 말을 끊었고 그의 얼굴은 노여움으로 가득 차올랐다.
“소만리, 당신이 이런 말을 한다고 해서 지금 이 상황을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아? 그럴 수 없어.”
“지금 이 상황을 벗어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적 없으니까 나한테 최면 걸고 싶으면 어서 해 봐.”
소만리는 두려움 하나 없는 얼굴로 고승겸을 바라보았고 마음속으로는 최악의 상황을 미리 대비하고 있었다.
고승겸은 소만리의 당당한 모습을 보며 점점 더 화가 치밀어 오르기 시작했다.
“좋아. 당신이 그렇게도 강하게 원하고 있으니 내가 곧 당신을 만족시켜주지.”
고승겸은 말을 마치자마자 양복 주머니에서 낡아 보이는 회중시계를 꺼냈다.
소만리도 전혀 피하지 않고 그 회중시계를 바라보았다.
소만리가 이렇게 협조적으로 나오는 걸 보고 고승겸은 바로 최면을 걸기 시작했다.
이를 지켜보던 남연풍은 곧장 말리기 시작했다.
“소만리, 당신 정말 미쳤어?”
남연풍은 소만리가 이미 고승겸의 최면에 걸린 줄 알고 소만리를 깨우려고 시도했고 동시에 화를 내며 고승겸을 노려보았다.
“만약 당신이 소만리한테 무슨 짓을 한다면 난 당장 당신 눈앞에서 죽어 버릴 거야!”
고승겸은 눈살을 찌푸리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그 틈을 타 남연풍은 고승겸의 손에 있던 회중시계를 낚아챘다.
“이리 줘.”
고승겸은 남연풍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그러나 남연풍은 단호하게 말했다.
“소만리 풀어줄 수 있어?”
고승겸은 남연풍의 말을 듣더니 얼굴빛이 변하기 시작했다.
“이리 줘.”
그는 이 말만 계속 반복하면서 눈에는 점점 조바심이 일고 있었다.
하지만 남연풍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한 손으로는 휠체어를 움직이며 소만리의 곁으로 다가갔고 한 손으로는 소만리의 손을 덥석 잡으며 말했다.
“나랑 같이 가요.”
소만리는 잠시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못하고 있는데 어느새 남연풍에게 이끌려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이 순간 소만리는 남연풍이 얼마나 자신을 도와주고 싶어 하는지 알 것 같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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