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장
혼자 텅 빈 별장으로 돌아와 기모진이 보낸 이혼 합의서와 그의 메시지를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졌다. 기모진이 그토록 자신을 미워할 줄은 몰랐고, 심지어 그의 입에서 낙태라는 말을 할 줄 생각도 못했다. 만약 기모진이 정말 아이를 지우게 한다면 그녀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생각이 들자 소만리는 무서웠다.
이때 현관 쪽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기모진이 돌아왔다. 그는 당당하고 존귀하고 차가운 모습으로 서있었다. 소만리는 조금 의외였지만 더 불안해졌다
그녀는 기모진이 그녀에게 낙태를 강요할까 봐 겁이 났다. 하지만 예상 외로 기모진은 이혼과 낙태 얘기를 꺼내기는 커녕 내일 기모진 어머니의 50번째 생일이니 그의 아내로서 기씨 집으로 같이 가자고 했다.
기모진의 말을 듣고 소만리는 기뻐했다. 혹시 그가 그녀를 받아들이기로 한 건가?
그러나 이 과분한 희망은 곧 기모진의 차가운 시선과 함께 산산조각이 났다. 그가 차갑게 말했다. "소만리, 내가 변할 거라는 헛된 생각하지 마, 나는 평생 너 같은 파렴치한 여자를 사랑하지 않을 거야." 기모진의 무정한 말이 소만리의 가슴에 콱 박혔다.
소만리는 갑자기 이 상황이 우스웠다. 그녀는 기모진을 바라보며 웃었다. "그래, 나 파렴치한 여자야,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남자를 짝사랑하고 있어. 근데 네가 그토록 사랑하는 만영 언니에 비하면 나는 파렴치한 것도 아니야!"
양복을 벗고 있던 기모진은 순간 동작을 멈추며 고개를 돌렸다. 방금까지 아름다웠던 그의 얼굴에 차가운 분노가 가득 했다. "소만리, 네가 덜 맞아서 몸이 근질근질 하는구나?"
“내가 한 말 다 진짜야, 기모진, 3개월 전 너랑 내가 왜 같이 잤는 줄 알아?
소만리는 확신이 가득 찬 눈으로 그의 앞으로 다가갔다. “소만영이야! 전부 다 소만영이 계획한 거야! “
"소만영이 너랑 밤을 같이 보내려고 계획했는데 실수로 방을 잘못 들어가서 다른 남자와 잤어. 지금 임신한 뱃속의 아이가 네 아이가 아닐 수도 있어!"
잠시 정적이 흐르자 기모진의 표정이 순식간에 사나워졌다.
기모진은 소만리를 매섭게 그의 앞으로 끌어당겨 차가운 손가락 하나하나로 그녀의 가느린 목을 조르자 소만리는 점차 숨을 쉬기 힘들어 졌다.
“내가 네 말을 믿을 것 같아? 너 같은 뻔뻔한 계집애가 만영이랑 비교할 자격이 있어?” 기모진이 차갑게 내뱉은 말에 소민리는 흔들렸다. 숨을 힘겹게 내쉬는 소만리는 비틀거리며 넘어져 배를 침대 모서리에 부딪혔다.
숨이 막히는 듯한 통증이 순식간에 밀려와 식은땀을 흘렸다. 아랫배를 가린 소만리는 냉정하게 돌아서는 기모진의 뒷모습을 보며 간절히 도움을 청했다.
"모진아, 아파..."
기모진은 걸음을 멈추고 바닥에 앉은 소만리를 차갑게 바라봤다. "네 연기는 가면 갈수록 좋아진다, 괜찮다고 하지 마, 만약 네가 진짜 무슨 일이 생겨도 나는 신경 안 써." 그의 말은 그 무엇보다 소만리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그녀는 곧 기절했다. 다시 깨어났을 때는 이미 다음날이었다. 쓰러지기 전에 일어난 일을 떠오르자 눈이 질끈 감겼다. 소만리는 당황한 듯 아랫배를 만졌다. 마침 회진을 돌던 여의사가 들어와 당황한 모습의 소만리를 힐끗 보았다. "일단 아이는 살렸어요."
소만리는 몸을 움찔하고 의사에게 물었다. “선생님, 일단 살렸다는 게 무슨 말이에요?
"소만리씨 자궁에 종양이 하나 생겼는데, 종양이 악성이라 아이를 무조건 없애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산모 목숨이 위험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