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장
다음날 아침, 알림이 제시간에 울리지 않았더라면 소만리는 일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어젯밤 술에 취해 기모진에게 했던 말과 행동들을 생각하니 얼굴이 붉어졌다.
소만리는 출근해 설계도를 대충 만들었다. 하지만 기모진의 그림자가 머릿속에서 잊혀지지 않았다. 12년의 깊은 사랑을 하루아침에 잊을 수 없었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아랫배를 만졌다. 최대한 아이에게 따뜻한 가정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띠링!”
갑자기 핸드폰이 울렸다. 그녀는 메시지를 확인했고, 뜻밖에도 기모진에게 온 메시지였다. 소만리의 심장박동은 순식간에 빠르게 뛰었고,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메시지를 확인했다. 메시지를 확인하자마자 소만리는 한 장의 사진을 보았다. 바로 소만리가 소가 집에 막 입양 갔을 때 소만영과 같이 찍은 사진이었다.
사진 속 소만영은 고가의 드레스를 입고 환하게 웃으며 먼지 하나 묻은 적이 없는 공주처럼 고귀했다. 하지만 소만리는 회색 치마를 입고 마치 어두운 구석에 있는 미운 오리새끼 같았다.
사진 아래에 메시지 내용을 보자 그녀의 손끝이 서서히 차가워졌다.
【소만리, 만영이를 보고 너 자신을 한번 봐, 너같이 더럽고 미천한 여자가 무슨 자격으로 내 아내가 될 수 있다는 거야?】라고 보낸 메시지의 내용은 그녀의 가슴을 아프게했다.
기모진, 네가 분명히 그랬잖아, 네가 본 여자 중에 내가 제일 착하고 귀여웠다고, 그리고 나랑 결혼해서 영원히 함께 하기로 약속했잖아. 그런데 지금은? 소만리의 가슴은 심하게 떨렸지만그녀는 포기할 수 없었다.
그녀는 바로 기모진에게 답장했다. 【모진아, 나는 네가 나에 대해 편견이 있는 건 알아, 하지만 나 임신했어. 나에게 너를 사랑할 기회와 아이에게 완전한 가정을 만들어 줄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니?】
메시지를 보내고 소만리는 긴장하며 안절부절 못했지만 한편으로는 기대하는 마음도 있었다.
그녀는 기모진이 자신의 아이를 가졌다는 걸 알면 좋아하지 않을까? 어쩌면 자신의 아이의 탄생을 기대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곧 그 기대는 산산조각이 났다.
기모진은 두 단어로 대답했다.
【아이 지워.】
소만리의 가슴은 찢기듯 아팠다. 하지만 그 아픔이 채 가기도 전에 기모진의 또 다른 메시지가 왔다.
【소만리, 경고하는데 이 세상에 만영이만 내 아이를 낳고 키울 자격이 있어. 너처럼 뻔뻔한 년은 당장 이혼 합의서에 사인하고 멀리 사라지는 게 좋을 거야! 만약 네가 이혼 합의서에 사인하지 않으면 내가 직접 그 아이를 없애 버릴 거야. 】
소만리는 온몸의 피가 순식간에 굳은 것 같았다. 날카롭고 차가운 그의 말에는 모욕과 욕설이 가득했고, 이런 뼈저린 아픔으로 인해 소만리는 이 남자를 더 이상 맹목적으로 사랑할 가치가 없다는 것을 차츰 깨닫게 되었다.
그 시각 소만영은 방금 작성한 메시지 기록을 모두 삭제했다. 메시지를 모두 지운 그녀의 손에서는 땀이 흐르고 있었다. 그녀는 혹시라도 흔적을 남길가봐 조마조마했고 그보다 기모진이 진실을 알게 될가 봐 두려웠다..
2년 전, 소만영은 소만리 방에 들어가 물건을 뒤지다 소만리의 일기장과 일기장에 끼워진 책갈피를 봤다. 그리고 그 위에는 기모진의 10년 전 친필 사인이 있었다. 알고 보니 기무진과 소만리는 10년 전 만나 순수하고 낭만적인 약속을 맺었다. 하지만 그 당시 소만리는 소만리라고 불리지 않았다. 그래서 기모진도 지금의 소만리가 그와 약속을 한 어린 소녀라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다. 이건 모든 걸 알게 된 소만영에게 기회가 쥐어진거다.
유리 자동문이 갑자기 "딸깍"하고 열리더니, 기모진의 훤칠한 그림자가 나타났다. 그의 책상 앞에 앉아 있던 소만영은 안색이 변하여 황급히 일어나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기모진의 휴대전화를 제자리에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