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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연향아, 이 부인은 누구시냐?” “아버지! 드디어 말할 수 있게 되었군요.” 조경선에 대한 의심이 사라짐과 동시에 연향은 그녀의 의술에 탄복했다. “마마, 참으로 고맙사옵니다.” “감사는 나중에 하고 약부터 아버지께 드려라.” 노인에게 약을 먹이고 맥을 다시 짚으려는데 노인이 갑자기 약이 쓰다며 토해내자, 오물이 조경선의 옷에 튀었다. 깜짝 놀란 연향은 연신 머리를 조아렸다. “죽을죄를 지었사옵니다. 마마, 용서해 주시옵소서.” 조경선은 살짝 눈살을 찌푸렸을 뿐, 젖은 수건으로 오물을 닦으며 담담히 말했다. “괜찮다. 돌아가서 갈아입으면 돼.” 자신을 전혀 탓하지 않자, 연향은 더욱 죄책감이 들어 눈시울을 붉혔다. “이 약을 매일 아침저녁으로 네 아비께 먹이거라. 난 3일마다 침놓으러 오겠다. 그리고 진왕부의 노비문서는 불태워버리겠으니 그리 알라.” 조경선이 이렇게까지 나올 줄 몰랐던 연향은 무릎을 꿇으며 목 놓아 울었다. “마마, 쇤네를 벌하여 주시옵소서. 사실 쇤네는 마마를 감시하라는 누군가의 명을 받았사옵니다. 마마께서 이처럼 자비로운 마음씨를 지녔단 걸 알았더라면 절대 이런 짓을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자 조경선이 언성을 높였다. “누가 시켰느냐?” “명희라는 처자입니다.” ‘원비의 시녀구나.’ 조경선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됐다. 받은 돈은 다 되돌려주거라. 그리고 내 말을 전하라. 네 가족이 귀찮아서 내가 널 거두지 않겠다고 말이다. 화를 자초할 수도 있으니 다른 말은 하지 말고. 물론 네 아비는 내 환자이니 내 끝까지 책임지겠다.” 지붕 위에 숨어있던 한 사람이 기와를 다시 덮으며 전 과정을 기록한 뒤, 급히 진왕부로 돌아가 이 모든 것을 보고했다. 호위무사의 보고를 들은 남궁진은 화가 치밀어올랐다. “침을 놓으려고 왕비가 사내의 옷을 벗겼다고? 미쳐도 한참 미쳤구나! 여인이 지켜야 할 덕목을 저버리다니! 그리고는?” “그 노인이 마마 옷에 오물을 토했습니다.” 그 말에 남궁진이 코웃음을 쳤다. “왕비가 화내며 노인을 꾸짖었겠지?” 호위무사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마마께서는 전혀 화내지 않으셨습니다.” 남궁진은 입술을 깨문 채 당황함을 감추지 못했다. ‘예전의 조경선이라면 오만방자한 성격 때문에 분명 대판 싸웠을 터인데. 아니지. 애초 하인들의 병을 치료하려 들지도 않았을 터인데.’ “그리고 또 뭐라 하더냐?” 호위무사는 주저하며 남궁진을 바라보았다. “마마의 은혜를 입은 그 처자가 모든 것을 털어놓았사옵니다. 원비 마마께서 보낸 첩자였다고.” “닥쳐라!” 남궁진은 문서를 바닥에 내동댕이치며 소리쳤다. “송구합니다. 전하.” 할 말이 많았지만 차마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었던 호위무사가 털썩 무릎을 꿇었다. 하긴 직접 보지 않았다면 그도 믿지 않았겠으니. 옆에 있던 동원이 이 상황을 무마하려 했다. “전하, 원비 마마께서는 아마 최근 들어 왕비 마마의 변화가 크다고 느끼셔서 그리한 것 같사옵니다. 원비 마마의 성품으로 보아 악의는 없었을 겁니다.” 호위무사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단 걸 남궁진은 알고 있었으나 동원의 말을 듣고서야 찌푸렸던 눈살을 조금 폈다. “그걸 말해야 아느냐? 원비는 착하니 왕비를 해하는 일이 없을 것이다.” 그는 불쾌한 표정으로 호위무사를 향해 손을 내저었다. “계속 그년을 감시하거라.” 낙향각, 화가 치밀어오른 선원주는 낮은 의자를 발로 걷어찬 후, 명희의 뺨을 후려갈겼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년 같으니라고. 잘 되었다고 하지 않았느냐? 한데 어찌하여 연향이 그년에게 쫓겨났느냐 말이다.” 명희가 덜덜 떨며 답했다. “연향의 집에 병든 가족이 있어서 진왕부에 머물며 곁에 두기가 부적합하다며 연향을 내쫓은 것도 모자라 그녀의 노비문서까지 태워버렸다 하옵니다.” 선원주가 입술을 깨물었다. “네가 멍청해서 그런 집안의 계집을 데려온 것이 아니더냐! 그년은 전보다 훨씬 영악해졌어. 시녀를 또 보낸다면 그녀의 의심을 살 수도 있다.” ‘그년이 거절할 수 없는 이유를 만들어야만 하는데.’ 눈을 가늘게 뜨고 있다가 선원주는 갑자기 한 가지 계략이 떠올랐다. 그녀가 명희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조씨 저택에 몰래 가서…” 진왕부로 돌아온 조경선은 홍난의 상태를 확인했다. 열이 내리고 손이 부은 것도 가라앉은 걸 보더니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좀 괜찮아진 모양이구나.’ 그때, 문밖에서 갑자기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조경선이 불길한 예감을 느끼는 순간, 누군가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그 사람은 다름 아닌 그녀의 이복 여동생인 조아람이었다. 조아람은 조경선과 약간 닮았지만 조씨 가문에서 응석받이로 자란 탓에 오만방자하기 짝이 없었다. 그녀가 들어오는 걸 보고 조경선은 눈살을 찌푸렸다. “네가 무슨 일로 온 거야?” “내가 널 보러 온 것을 영광으로 생각해도 모자랄 판에 그 표정은 뭐냐?” 조아람이 건방지게 자리에 앉으며 홍난를 흘끗 쳐다보았다. “이년은 왜 병들어 보이냐? 설마 멀쩡한 시녀가 한 명도 없는 건 아니지?” “내 일이니 네가 신경 쓸 것 없다. 혼사 준비 때문에 한창 바쁠 텐데. 곧 왕비가 될 사람이 참으로 한가하구나.” 조아람은 다섯째 황자인 남궁철과 혼약이 있어서 곧 결혼할 예정이었다. “내가 오고 싶어서 온 줄 아냐? 네 옆에 보필할 시녀가 없다면서 아버지께서 내게 부탁하는 바람에 계집종을 데려오느라고.” 조아람이 뒤를 돌아보며 손짓하자, 통통하고 작은 눈을 가진 하녀가 앞으로 나와 대충 인사했다. “쇤네 정임이라 하옵니다. 왕비 마마께 인사 올립니다.” 조경선이 굳은 표정으로 물었다. “이 뭐 하는 짓이냐?” “오늘부터 정임은 진왕부에 머물게 될 것이다. 네가 아둔하여 진왕 전하의 심기를 건드릴까 봐 곁에 사람을 붙여주라고 아버지께서 부탁하신 거다. 조씨 가문을 위해서도 좋은 일이 아니겠느냐.” “필요 없으니 도로 데려가라.” 그러자 조경선이 단호히 거절했다. “아버지의 호의를 이리 무시하면 안 되지.” 조아람이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탁자를 내리쳤다. “네가 원하지 않아도 곁에 두어야 한다. 아버지의 노여움을 산다면 가장 피해를 보는 사람은 네 어미다.” 어머니라는 말에 차마 거절할 용기가 나지 않아서 조경선의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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