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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장 두 번의 실연

이가훈에게서 이가인이 남자친구가 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정승진은 믿지 않았다. 조영민마저 이가인에게 남자친구가 있다고 하자 정승진은 자기만 이 소식을 모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가인이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는데 문밖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수간호사님.” 이가인이 고개를 돌리자 흰 가운을 입은 정승진이 보였다. 정승진은 감정을 알 수 없는 얼굴로 말했다. “잠깐 이쪽으로 와보세요.” 이가인이 대답하기도 전에 그는 몸을 돌려 걸어갔고 이가인은 한 박자 늦게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따라 그의 사무실로 갔다. 이가인은 문을 닫지 않은 채 물었다. “교수님, 무슨 일이세요?” 정승진은 짧게 말했다. “문 닫으세요.” 이가인은 문을 닫고는 문가에 섰다. 둘 사이의 거리를 사무실 안에서 최대한 멀리 두려는 듯했다. 정승진은 자리에 앉지도 않고 몸을 돌렸다. 그리고 이가인이 잔뜩 경계하는 모습을 보며 잠시 멈칫했다가 입을 열었다. “날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그 순간, 두 사람의 머릿속에 같은 이름이 떠올랐다. 고현우였다. 이가인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물었다. “무슨 일로 부르신 거죠?” “연애하고 있어?” 이가인은 마음이 흔들렸지만 내색하지 않고 몇 초 뒤 차분히 말했다. “우린 그냥 동료일 뿐이잖아요. 내가 교수님한테 보고할 의무는 없어요. 그리고 지금은 근무 시간이니까 앞으로는 일과 관련 없는 얘기는 하지 말아 주세요.” 정승진은 그녀의 말을 못 들은 척하며 다시 물었다. “그 사람, 병원 사람이 아닌가?” 이가인은 무표정하게 답했다. “올해 결혼할 예정이에요. 교수님이 그때도 여기 계신다면 결혼식에 초대할게요. 물론 오고 싶으시다면요.” 정승진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어두워졌다. 눈빛에는 변화가 없었지만 얼굴이 굳어진 것이 확연히 드러났다. 이가인의 가슴이 잠시 쪼여왔지만 그녀는 그의 마음이 어떤 상태일지 더 이상 추측하고 싶지 않았다. 그것이 고통이든 후회든 상관없었다. 사무실은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로 정적에 휩싸였다. 정승진은 한동안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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