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6장 이성적으로 변해버린 그녀
다음 날, 이가인은 출근길에 쓰레기통 쪽을 힐끗 보았지만 곰 인형은 사라지고 없었다.
시선을 거두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유성의 산길은 구불구불하지만 사람은 결국 앞을 보고 나아가야 하니까.
정형외과는 요즘 바빴다. 이전에는 인력 부족 때문이었다면 이제는 병원에서 적극적으로 홍보한 덕에 ‘정형외과에 대단한 실력자가 왔다’는 소문이 퍼져 환자가 폭증했다.
정승진은 주 6일 근무 중 하루는 외래 진료, 나머지 5일은 수술실에서 보냈고 덩달아 조영민도 자주 보이지 않았다. 가끔 마주칠 때면 그의 지친 모습이 눈에 띄게 두드러졌다.
간호사들 사이에서 수군거림이 오갔다.
“조 선생님 봤어? 완전 넋이 나간 것 같지 않아?”
“수술실에 있는 사람들 말로는 새로운 교수님 진짜 무섭대. 조 선생님이 수술 중에 하품 한 번 했다고 교수님이 뒤도 안 돌아보고 바로 내보냈다더라. 그날 조 선생님 수술실에 다시 못 들어갔다잖아.”
“그러니 매일 커피만 세 번씩 배달시켜 먹나 봐.”
“아니, 우리 과에 보기 힘든 꽃미남이 들어왔는데 이대로 가다간 기운 다 빠져서 대머리 되겠어. 어떡해, 나 마음 아파.”
“교수님이 괜히 대단한 실력자겠어? 저런 살인적인 스케줄에도 끄떡없다니. 체력이 정말 대단해.”
모두가 입을 모아 말했다.
“비주얼도 대단하지!”
그렇다. 이가인도 느끼고 있었다. 정승진 덕분에 정형외과가 바빠진 것 같았다. 특히 조영민은 거의 탈진 직전이었다.
정형외과에 훈남이 둘 있다는 소문이 돌았었다. 하나는 정승진, 다른 하나는 조영민. 하지만 지금 조영민의 훈훈함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다.
예전 정승진은 자기랑 일하면 연애할 시간 없을 거라고 했을 때는 다들 믿지 않았지만 이제 보니 연애는 물론, 제 삶을 살아가기도 힘들어 보였다.
의사든 간호사든 정승진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좋았다.
실력이 뛰어나고 정직하며 후배를 책임감 있게 가르친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니 말이다.
이가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정승진 저 사람, 정말 아무 사심도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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