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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장 맞선

저녁이 되고 이가인은 주연진과 함께 마주 앉아서 식사를 했다. 주연진이 말했다. “오늘 1층에서 윤혜자 할머니를 만났어. 손주가 해외에서 왔는데 앞으로 유성시에서 정착할 거래. 디자인 전공이고 지금 본인 작업실도 있고 사장이래. 올해 32인데 너보다 3살 많아...” 이가인의 머릿속에는 그녀의 앞에 서 있는 정승진의 모습이었다. “난 착한 사람인 척하려는 게 아니야. 내가 여기에 온 건 널 좋아해서야.” 아무 이유 없이 멀리 오진시의 가장 좋은 사립병원에서 유성시의 평범한 공공병원으로 올 사람은 없었다. 그가 정말로... 그런 생각이 잠깐 들었지만 이가인은 바로 정신을 차렸다. 저울질은 평범한 사람들이나 하는 것이었다. 평범한 사람들이 가성비를 따지니 말이다. 정승진처럼 신분도 대단하고 능력도 좋은 귀재는 저울질을 할 필요가 없었다. 그는 전 여자 친구를 화나게 하려고 아무 여자와 사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결혼까지 할 수 있으니 말이다. 오로지 전 여자 친구를 후회하게 만들어주겠다는 의도로 말이다. 그런 사람은 좋게 말하면 대담한 사람이었고 나쁘게 말하면 사람을 사람처럼 생각하지 않는 인간이었다. 마음이 아려서 이가인은 시선을 내려뜨렸다. 그녀는 더 이상 자신을 향한 정승진의 감정을 판단할 힘이 없었다. 진짜면 뭐 어떤가? 그래봤자 착각일 텐데 말이다. 주연진이 말했다. “왜 그래?” “네?” 주연진은 그녀의 안색을 살폈다. “병원에 무슨 일 있어?” 이가인이 대답했다. “아뇨.” “그런데 정신이 딴 데 팔려있는 것 같네.” 이가인이 말했다. “윤혜자 할머니 외손주가 32살이고 사장이라는 것까지 들었어요.” “윤혜자 할머니는 널 엄청 마음에 들어 해. 예전에는 네가 오진시에 없어서 어쩔 수 없었는데 네가 앞으로 유성시에세 정착할 거란 걸 알고 동네방네 너한테 남자 친구가 있는지 알아봤다고 하더라.” 주연진은 이가인이 부담을 가질까 봐 서둘러 말했다. “재촉하는 건 아냐. 그런 사람이 있다는 거지. 윤혜자 할머니가 꼭 너한테 물어보라고 했는데 내가 너 바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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