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9장 누가 결혼해준대?
그날 점심, 이가인은 또 한 번 정승진의 부모님과 만나게 되었다.
정영훈과 장윤주는 정승진의 생일이라는 명목으로 찾아와놓고 눈길은 이가인과 주연진에게만 주었다.
그들은 각자의 고향 특산물을 한가득 사 들고 온 것은 물론이고 따로 이가인과 주연진을 위한 선물까지 챙겨왔다.
두 사람 모두 말은 정승진이 반년이나 신세를 진 것에 감사해서 그런다고 하지만 식사 분위기는 고마움을 표하기 위한 자리라기보다 상견례 쪽에 더 가까웠다.
식사 자리에서 양쪽 모두 암묵적으로 이가인과 정승진이 헤어졌다가 다시 만난 거라는 말은 단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그저 현재 두 사람의 사이에 대해서만 얘기를 나눌 뿐이었다.
굳이 지난 일을 들먹여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는 없으니까. 양쪽 모두 상당히 경우가 있는 집안이었다.
주연진은 정승진의 부모님이 머무르는 이틀 동안 가이드를 자처하며 이곳저곳 데리고 다녔고 그들이 돌아갈 때는 유성시 특산품들을 두 박스나 선물해주었다.
정승진은 부모님이 다녀간 뒤로 상당히 들떠있었다. 이가인은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다 아는 듯 출근한 뒤에 조용히 그를 불러냈다.
“우리 사귀는 거 병원 사람들한테는 아직 얘기하지 마.”
그녀의 추측이 맞았는지 정승진은 곧바로 미간부터 찌푸렸다.
“왜?”
“왜긴 왜야. 귀찮아질 것 같으니까 그러지.”
이가인은 정승진과 연애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는 순간 과 내부는 물론이고 병원 전체가 둘 사이에 대해 뭐라고 할지 예상이 갔다.
이미 혜임에서 한번 겪어봤던 일이기에 그런 피곤함은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았다.
“어차피 언젠가는 알게 될 일이야.”
“너랑 나, 그리고 장우진 선생님과 예지 씨만 입을 다물면 아무도 몰라.”
“그럼 언제 얘기할 건데? 청첩장 돌릴 때?”
“누가 너랑 결혼해준대?”
이가인이 일부러 새침하게 말하자 정승진이 입을 떡 벌렸다.
“상견례까지 해놓고 이런다고?”
“상견례 하면 다 결혼해?”
“나랑 재미 볼 때는 언제고...”
정승진이 궁시렁거렸다.
“뭐라고?”
“비밀 연애 좋다고요. 우리 사귀는 거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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