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3장 두 번째 선물
만약 정승진이 염혜원과의 결혼은 생각해본 적도 없다고 했으면 이가인은 아마 믿지도 않았을 것이고 이렇게까지 마음이 편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정승진은 일 초의 망설임도 없이 정면돌파 했고 지나간 연인인 염혜원을 비난하지도, 고현우 일을 문제 삼지도 않았다. 그저 두 사람의 객관적인 상황을 얘기해줄 뿐이었다.
사실 나이가 들면 알 수 있는 게 하나 있는데 그건 바로 어른들의 세상에는 필연이라는 게 없다는 것이다. 모두가 무수한 인연들 속에서 우연히 마침 잘 맞는 상대를 선택하게 되는 것뿐이다.
정승진과 이가인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정승진은 마침 염혜원에게 버림받은 상태였고 이가인 역시 마침 고현우에게 정이 떨어지던 참이었다.
이가인은 한때 정승진이 그녀를 선택한 것에 상당한 경계심을 가진 적이 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드디어 깨달았다.
세상에 ‘만약에’라는 건 없다는 것을, 아무리 후회되는 일이라도 이미 선택한 일이기에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그저 다시는 그런 실수를 하지 않도록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예전에는 네가 지나치게 완벽해서 살짝 거리감이 살짝 들었지만 이제는 아니야. 그게 다 네 내숭이라는 걸 이제는 알게 됐으니까.”
“나는 밖에서만 그러지 네 앞에서는 내숭 안 떨어.”
“제발 내 앞에서도 내숭 좀 떨어줄래?”
“나는 함부로 내 본모습을 보여주지 않아. 그리고 꽃도 아내 될 사람이 아니면 함부로 선물 안 해.”
이가인은 그 말에 다시 한번 금색 장미를 바라보았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야. 다시 돌려줄게.”
“그거보다 더 비싼 건 받았잖아. 그건 그냥 장식용 꽃이라고 생각해.”
“내가 뭘 받았는데?”
“봉투 안에 선물이 하나 더 있는데 못 봤어?”
이가인은 그제야 유리 상자가 짓누르고 있었던 서류 봉투 같은 것이 있었다는 것을 떠올랐다.
그녀는 서류 봉투를 집어 든 후 내용물을 확인했다.
정승진이 준 두 번째 선물은 그가 소유한 아파트의 집문서와 신분증, 그리고 여권과 각종 은행 카드들이었다.
“...뭐야 이건?”
“내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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