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1장 과일 가게에서 만나
이가인은 미간을 찌푸리며 정승진의 왼팔을 힘껏 잡아당겼다. 그러고는 다시 약을 발라주며 말했다.
“너는 네 손보다 그딴 게 더 중요해?”
“기분이 좋아야 회복도 잘 되는 거야.”
정승진이 말했다.
“말이나 못 하면. 왜? 아예 약도 바르지 말지?”
이가인은 불만 가득한 목소리와 달리 손길은 너무나도 부드러웠다.
정승진은 그런 그녀를 애정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바라보며 씩 웃었다.
“내가 약 안 바르면 이가인이 가슴 아파할 거잖아.”
이가인은 고개를 들어 정승진을 한번 노려보고는 다시 시선을 내렸다.
하지만 정승진은 굴하지 않고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오는 길에 과일 가게 앞을 지나며 보니까 사장님이 또 귤을 한 박스 들였던데 저녁에 같이 사러 갈까?”
“왼손으로 50kg 정도의 무게도 거뜬히 들면 그때 다시 생각해볼게.”
이가인은 말을 뱉고 나서 곧바로 아차 했다. 무게 계산을 제대로 하지 못했으니까.
아니나 다를까 정승진은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되물었다.
“차라리 나한테 역도 금메달을 따고 난 뒤에 찾아오라고 하지 그래?”
이가인은 또 한 번 웃음이 터지려는 걸 간신히 참으며 입 안쪽 살을 꽉 깨물었다.
“안 되겠다. 506호 병실로 가야겠다.”
정승진의 불만 가득 담긴 말에 이가인이 고개를 들었다.
“지금 나 협박하는 거야?”
“협박은 네가 먼저 했어.”
정승진은 부루퉁한 얼굴로 말을 하더니 이내 시선을 옆으로 홱 돌리며 삐졌다는 티를 냈다.
“됐어. 너랑 싸우기 싫어. 이만 가서 일 봐.”
‘하!’
이가인은 기가 막힌다는 얼굴로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하지만 정승진은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잘 감긴 붕대를 한번 두드리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간다.”
이가인은 문을 열고 나서려는 정승진의 뒷모습을 향해 말을 건넸다.
“차민환 찾아가지 마.”
“그 애송이가 너한테 들러붙는 거 싫어.”
정승진은 뒤로 고개를 돌리며 말을 이었다.
“매일같이 네 옆을 맴돌고 있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확 안 좋아져.”
떼를 쓰는 듯한 아이의 말투였지만 그의 얼굴은 사뭇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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