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8장 결혼할 수 있다면
이가인은 재벌가에서 태어나지는 않았지만 세상 물정을 모르는 사람도 아니었다. 특히 어릴 때부터 외모가 남달랐기에 구애를 받는 일은 많았지만 정작 신경 쓸 일은 별로 없었다.
그런데도 얼굴에 아무런 감정도 드러내지 않은 채 두 손을 주머니에 넣고 말했다.
“내게 호감 가져줘서 고마운데 난 민환 씨를 좋아하지 않아요. 이 꽃, 굉장히 비싸 보이는데 그냥 가져가요. 난 안 받을 거예요.”
그러자 차민환이 말했다.
“비싸지 않아요. 저 몇 끼 굶으면 돼요. 받아주세요. 지금 당장 뭘 바라는 게 아니라 그냥 제가 누나를 좋아한다는 걸 말하고 싶었어요.”
이가인은 그 말에서 핵심을 놓치지 않았다. 600만 원이 그저 몇 끼 굶는 수준이라니.
표정 하나 바꾸지 않은 채 이가인은 말했다.
“나 곧 스물아홉이에요.”
차민환이 즉시 반응했다.
“전 나이 상관없어요!”
이가인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더니 잠시 뜸을 들인 뒤 느리게 말했다.
“내 말은, 난 열아홉이나 스물 한두 살짜리처럼 장미꽃에 감동하는 나이가 아니라는 거예요. 브랜드값 붙은 장미가 아니라 이제는 차, 집, 그리고 결혼증서 같은 걸 더 좋아하는 나이죠.”
“내 나이에 한창 호르몬에 휘둘리는 어린애랑 연애할 시간은 없어요. 민환 씨가 나랑 결혼할 수 있다면 그때는 고려해볼 수도 있죠.”
어제까지만 해도 단순한 장난이라고 여겼던 차민환은 오늘은 완전히 얼어붙었다.
잠시 침묵하더니 그는 겨우 입을 뗐다.
“근데 결혼은 연애를 해봐야 가능한 거 아닌가요? 처음부터 그냥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결혼하는 건 좀...”
이가인은 무덤덤하게 대꾸했다.
“먼저 결혼하고 안 맞으면 이혼하면 돼요.”
차민환은 충격을 받은 듯 이가인을 멍하게 쳐다보았다.
“누나는 왜 그렇게 결혼을 서두르는 거예요?”
“민환 씨는 왜 그렇게 연애를 서두르는데요?”
차민환은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좋아하니까요. 그래서 쫓아다니는 거고...”
“그래서 민환 씨는 날 쫓아다녀서 뭘 할 건데요?”
차민환이 살짝 눈썹을 찌푸렸다.
“...잘해줄 거예요.”
“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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