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8장 너무 아프게 물었잖아
과일 가게 사장님이 이가인에게 귤 두 봉지를 건네줬다. 무게를 보니 총 12kg이었다. 이가인은 계산을 마치고 봉지를 한 손에 하나씩 들었다. 아직 가게 문을 나서지도 않았는데 정승진이 갑자기 그녀 앞에 서서 몸을 숙였다.
이가인은 멍하니 있다가 아까 했던 농담이 떠올랐다. 그녀는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비켜.”
정승진이 고개를 돌렸다.
“올라와.”
과일 가게 입구가 아주 좁았다. 정승진이 길을 막고 있었기에 귤을 두 봉지나 들고 있는 이가인은 지나갈 수 없었다.
“얼른 나가. 사장님 장사 방해하지 말고.”
그러자 정승진이 대답했다.
“그럼 빨리 올라오든가.”
이가인은 제자리에 서서 잠깐 망설였다. 정승진이 다친 건 팔이지만 몸도 많이 상했기 때문이었다. 입원 첫 며칠 동안은 얼굴이 창백하기까지 했었다.
그녀는 봉지로 정승진의 다리를 툭 건드리고는 말했다.
“빨리 가라니까.”
하지만 정승진은 끝까지 고집을 꺾지 않았다.
“빨리 올라와. 내가 업어줄게.”
서로 고집을 부리다 보니 이가인의 얼굴이 점점 붉어졌다. 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빨리 가라니까 왜 그래 진짜!”
그러자 사장님이 웃으며 말했다.
“남자 친구가 아가씨를 많이 아끼는 것 같은데 그냥 업히세요. 팔만 안 쓰면 되는 거잖아요? 아가씨가 꽉 붙잡고 있으면 되겠네.”
이가인은 귀까지 빨개졌다.
“빨리 사장님 말대로 해.”
그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정승진의 몸이 앞으로 기울었다. 이가인이 그의 엉덩이를 발로 찬 것이었다. 그러면서 빈틈이 생기자 이가인은 재빨리 틈 사이를 비집고 나와 전속력으로 달렸다.
방심한 탓에 손해를 본 정승진은 일어나자마자 바로 그녀를 쫓아갔다.
붐비는 거리에서 이가인은 크고 작은 봉지를 잔뜩 들고 전력 질주했다.
뒤에서 정승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거기 귤 도둑, 멈춰!”
두 사람은 전력 질주하고 있었기에 이미 충분히 눈에 띄었는데 정승진이 한마디 하자마자 사람들의 이목이 확 집중되었다.
다가오는 사람들은 놀란 눈으로 그들은 쳐다보거나 그녀를 피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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