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0화
혼자 물어뜯어서 생긴 상처보다는 다른 사람에게 깨물린 듯한 티가 났다.
강도현의 입술을 깨물 수 있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여자가 아닐까?
강도현은 내가 입술을 쳐다보고 있는 걸 의식했는지 피식 웃더니 손으로 그곳을 만졌다.
“기억 안 나?”
그 말에
“뭘요?”
“기억안나면 됐어. 얼른 타.”
그는 표정을 거두더니 운전석의 문을 열고 차에 올라탔다.
나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조수석에 앉아 방금 강도현이 했던 말을 곰곰이 생각했다.
‘도대체 무슨 뜻이지?’
‘설마 내가 입술을 물어뜯은 건 아니겠지?’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그날 만취한 후로 필름이 완전히 끊겼기에 어쩌면 그때 강도현에게 엉뚱한 짓을 저질렀는지도 모른다.
강도현은 나에게 책임을 물을 생각은 없는듯했다.
나는 차에 올라 안전벨트를 맸다. 강도현의 조수석에 앉은 것도 처음이고 그가 운전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오늘이 처음이다.
평소에는 엄준호가 그의 운전기사를 자처했기에 마주칠 때마다 운전석이 아닌 뒷자리에 타고 있었다.
나의 시선은 어느새 또 강도현의 입술로 향했다.
의미심장한 미소를 보이는 그의 모습에 나는 재빨리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봤다.
반응을 보니 입술을 깨문 사람은 내가 맞는 것 같다.
그런데 왜 지금껏 그 일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던 걸까?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얘기하는 것도 어색하겠다 싶었다. 뜬금없이 왜 입술을 깨문 거냐고 따질 수는 없으니...
비좁은 차 안에는 형용할 수 없는 어색한 기운이 맴돌았다.
강도현의 차는 빠르고 안정적으로 달리고 있었다. 때마침 그의 목소리가 어색한 분위기를 깨뜨렸다.
“테니스가 건강에 좋은 건 맞지만 손목이 아픈 사람은 자제하는 게 좋아. 특히나 그걸 직업으로 하면 점점 더 안 좋아질 걸? 주의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
다른 일을 언급함으로써 입술 사건은 자연스럽게 지나갔다.
“한 달 일하고 그만두면 돈도 못 받을 거예요.”
강도현은 곧바로 답했다.
“그렇긴하네. 일단 내일 병원에 가서 검사 해보는 게 좋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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