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9화
손바닥에는 식은땀이 맺히기 시작했고 어르신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만약 이시연이 이 자리에서 나에 대해 언급한다면 나와 이경서 그리고 강재욱의 관계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특히 강재욱은 강도현의 친조카다.
그 시각 이시연은 강도현을 바라보고 있었다.
“도현아, 네가 그저께 클럽에서 안고 나온 분이 아린 선생님이지? 내가 사촌 동생을 기다리고 있었거든?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안 오는 거야.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위층으로 올라갔는데 그때 널 마주쳤잖아. 술 취한 여성분을 안고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맞지? 코트가 벗겨져서 얼굴까지 봤거든.”
이시연은 나와 강도현을 번갈아 보며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주변은 순식간에 쥐 죽은 듯 조용해졌고 모든 사람의 시선이 내 얼굴에 쏠렸다.
그날을 기억하고 있을 줄은 전혀 몰랐다.
솔직히 많이 취했던 터라 당시의 상황이 선명하게 기억나지 않았다. 그러니 누굴 마주쳤는지를 알리가 있겠는가.
“도현아, 아린 선생을 안고 있었다는 게 무슨 말이니?”
방옥순은 여전히 의아한 표정이었다.
“제가 설명하겠습니다. 그날 엄 대표님의 약혼녀분과 작은 오해가 있었습니다. 마침 엄 대표님과 강 대표님도 그곳에 있었고 강 대표님이 술 취한 저를 안전한 곳으로 보내주셨습니다. 지금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나는 강도현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강 대표님의 할머니가 어르신인 줄은 오늘에야 알았습니다.”
별장에 그 흔한 가족사진조차 없으니 이런 핑계는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방옥순은 자애로운 모습을 유지하면서도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우리 도현이가 늘 여자들에게 자상하거든.”
강도현은 여전히 무덤덤한 얼굴로 서 있었다.
오히려 강도현 옆에 있는 이시연의 표정이 다소 이상했다. 방옥순의 얘기가 무슨 뜻인지 곰곰이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마침 점심 식사 준비가 끝났고 푸짐한 음식들이 식탁을 가득 채웠다.
방옥순은 이시연을 끌어당기며 오른쪽에 앉혔고 곧이어 강도현을 왼쪽에 앉혔다.
오늘따라 기분이 좋아 보였던 어르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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