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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화

강재욱은 즉시 나를 놓고는 빠른 걸음으로 화장실 칸을 나섰다. 나는 벽에 기대어 앉아 있었는데 눈물은 끊임없이 흘러내렸고 이보다 더 비참할 수는 없었다. “나와. 데려다줄게.” 문밖에서 이경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의 말은 들리지 않는다는 듯, 그가 거기 있다는 것조차 모른다는 듯. 전생의 이경서는 나에게 단 한 번도 눈길을 주지 않았다. 그는 마치 방관자인 동시에 가담자인 듯했다. 그에게서 느껴지는 감정은 경멸과 무시뿐. 나는 그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에 지난 생에서조차 먼저 말을 건 적이 없었고 그를 보면 피하기 바빴다. “여긴 남자 화장실이야. 곧 많은 남자들이 들어올 텐데, 정말 이 꼴로 낯선 남자들과 마주할 생각이야?” “차라리 그게 낫겠네요. 당신들보다는.” 나는 서늘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러니까 선배는 나가주시죠. 당신들 몸에서 풍기는 냄새가 화장실보다 더 지독하다는 거 아세요?” 내 말이 끝나자마자 이경서의 얼굴에서 가면이 완전히 벗겨졌다. 그의 표정은 얼음처럼 차갑게 굳었고 나를 싸늘하게 내려다보더니 이내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 나는 손을 더듬어 칸막이 문을 닫았고 떨리는 손으로 하나하나 한복의 단추를 채웠다. 그리고 어깨까지 말려 올라간 치마 자락을 필사적으로 끌어내렸다. 그때 누군가 화장실로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허리띠를 푸는 소리가 나길래 나는 숨을 죽이고 기다렸고, 사람이 나가고 조용해진 뒤에야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딱 그 순간, 술에 취한 한 남자와 마주쳤다. 그는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팔을 뻗어 나를 잡으려 했다. 나는 가볍게 입을 열었다. “방금 저한테 함부로 손 댔던 놈, 지금쯤 복도 바닥에 쓰러져 있을 텐데요. 전 앞이 안 보이니 못 봤지만 당신은 보셨죠?” 남자는 움찔하며 손을 급히 거두더니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사라졌다. 나는 벽을 짚으며 방향을 더듬었고 그때 등 뒤에서 이경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길을 잘못 찾았어. 저쪽은 계단이야. 지팡이도 없이 가면 굴러떨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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