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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화

주태석은 이미 차를 주차하고 빠른 걸음으로 돌아왔다. “어르신, 이분이 도련님께서 모셔온 가야금 선생님입니다.” 할머니는 잠시 놀란 듯했지만 내 나이에 대해선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가야금을 잘 다루는 어린 선생님이로군. 콜록콜록. 하지만 지금 난 꽃들을 좀 보고 싶어.” 방옥순 뒤에는 중년 여성이 서 있었다. “제가 어르신을 모시고 꽃을 보러 갈게요. 두 분 먼저 안으로 들어오세요.”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도 어르신의 꽃들을 감상해도 될까요?” 방옥순은 예상치 못한 질문을 들은 듯 잠시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곧 환하게 웃었다. “그럼 되지. 요즘 아이들은 꽃에는 눈길도 주지 않더구나. 우리 집 애들도 마찬가지야. 이 좋은 꽃들을 그냥 스쳐 지나갈 뿐이라니, 원.” 나는 가야금 가방을 주태석에게 건넸고 이때 중년 여성이 자기 소개를 했다. “저는 간병인, 주연미예요. 그리고 태석 씨 아내이기도 해요.” “아주머니, 저는 서아린이에요. 말 편하게 하시고 아린이라고 불러 주세요.” 그렇게 우리는 꽃이 가득한 정원을 함께 걸었다. 온갖 종류의 꽃들이 활짝 피어 있었는데 주인의 세심한 손길이 닿았음이 분명했다. “이 꽃들을 보면 기분이 참 좋아져요.” 나는 미소를 지으며 방옥순과 같은 높이에 시선을 맞추기 위해 쪼그려 앉았다. 그리고 눈앞에 핀 꽃들의 품종을 하나하나 말했다. 방옥순의 눈빛이 한층 더 깊어졌다. 처음에는 내가 단순히 비위를 맞추려는 줄 알았던 듯했지만 진짜로 꽃을 아는 사람이라는 걸 깨달은 듯했다. “어머니께서 꽃을 무척 좋아하셨어요. 그래서 늘 곁에서 함께 물을 주곤 했죠.” “그랬구나!” 방옥순은 더욱 부드러운 눈길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제 일어나렴. 그렇게 오래 앉아 있으면 다리가 저릴 텐데?” 나는 고개를 저었다. 가까이에서 이야기하면 방옥순이 고개를 젖히지 않아도 되기에 조금이라도 편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 손자가 너를 가야금 선생으로 모셔왔다던데, 혹시 내 손자랑 친한 사이인가?” 나는 순간 멈칫했다가 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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