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화

나는 의자에 기대어 깊은 숨을 들이쉬었다. 강재욱의 전화 한 통과 룸메이트가 말한 이경서의 이름에 나는 저절로 지난 생의 그 끔찍한 기억이 떠올랐는데 마치 뼈를 파고드는 벌레처럼 머리가 아찔해졌다. 심지어 나는 그때 사람들이 내게 수군거리며 했던 말을 또렷하게 기억할 수 있었다. “그 사진, 진짜야?” “무슨 낯짝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지?” “불쌍하다.” “내가 돈을 기부하면 서아린 손에 들어갈까?” “부모님 다 돌아가셨다며, 파산했대.” “몸매는 괜찮네, 앞뒤가 꽉 차서.” 하나하나가 내 목을 틀어쥐었고 숨이 턱턱 막혔다. 지난 생에서 나는 강재욱에게 심지어 그의 친구들에게까지 항상 아부를 떨며, 그들이 말하는 대로 모든 걸 따랐다. 그렇게 하면 강재욱이 기뻐할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어떤 의미에서 그는 분명히 기뻐했을 것이다. 사람을 모욕하고 죽을 때까지 괴롭히며 자신의 우월감을 드러내는 것으로. 송지우의 마음을 얻기 위한 것이라면 강재욱은 확실히 기뻐했을 것이다. “저기, 아린아, 방금 경서 선배라고 했어? 그분이 너한테 기부를 도와달라고 했어?” 기숙사 룸메들은 잠시 침묵했다. 나는 그들이 이경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이경서는 그들 눈에 손에 닿을 듯하면서도 결코 가까이 다가갈 수 없는 고상한 선배로 비쳤고 평소에도 신사적인 태도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그들은 모른다, 이경서는 철저히 위선적인 인간임을. “사실 난 가고 싶지 않아.” 허유미가 급하게 말했다. “알아, 이해해!” 나는 아무 말 없이 침묵하며 천천히 계단을 올라가 위층 침대에 올라갔고 기숙사의 다른 사람들도 서둘러 대화를 바꾸었다. 나는 눈을 감았다. 다음 날, 수업 들으러 가는 길에 허유미는 동행하기를 견지했다. 그녀는 내내 나를 부축해주었고 기숙사 문을 나서자마자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어? 우리 기숙사 앞에 바닥 타일을 새로 깔았네. 그동안 기숙사 앞 타일이 고르지 않아서 여러 번 사람들이 넘어졌었는데 학교에 여러 번 얘기했지만 안 바꿔줬잖아. 이렇게 바꿔줄 줄은 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