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화

강재욱은 언제나 입에 담기도 힘든 말로 나를 자극하는 걸 즐겼다. 전생의 나는 그런 말을 들으면 머릿속이 울렸고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어지러웠다. 하지만 지금은 그저 우습기만 했다. 그토록 정성을 쏟았던 송지우에게 결국 그는 사랑받지 못했다. 송지우가 좋아하는 사람은 그의 친삼촌이었다는 사실을 강재욱은 끝내 알지 못했다. 그래서 송지우의 변덕스러운 태도에 이유도 모른 채 휘둘리고 그 감정을 나에게 풀었으며 나를 짓밟는 것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려 했다. “밤새 안 들어간 게 그렇게 신경 쓰여? 오빠, 혹시 나 좋아해?” 기분 나쁘게 만드는 건 강재욱만의 특권일까? 아니, 나도 할 줄 안다. 강재욱의 눈빛이 살짝 흔들리더니 이내 입가에 서늘한 미소가 걸렸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의 눈빛은 분명히 말하고 있었다. ‘너 따위가?’ “사람은 제 분수를 알아야지. 내가 너한테 못 해준 게 뭐냐? 지금까지 사귀었던 여자들한테도 이 정도는 안 해 줬어.” 이 말, 전생에도 그에게 들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마지막 문장에만 집착했고 내가 그에게 특별한 존재라고 믿고 싶었다. 그래서 그가 무심코 던진 한마디에도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가 정말 하고 싶었던 말은 앞부분이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사람은 제 분수를 알아야지.’ 그의 특별한 대우는 결국 내가 영원히 가질 수 없는 거였다. “그러니까 나랑 돌아가자. 내가 널 먹여 살릴게. 매달 돈도 줄 테니까 힘들게 공부할 필요 없잖아?” 강재욱은 언제나 내가 가장 나약해진 순간, 희미한 희망을 던져 줬다. 하지만 그 희망은 늘 부서지기 쉬웠다. 전생의 나는 졸업 사진을 찍고 싶지 않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학교를 떠나려 했고 결국 그가 내민 그 희망에 기대 버렸다. 하지만 그렇게 붙잡은 희망 때문에 마지막엔 죽음에 이르렀다. 나는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렇게까지 나한테 인내심을 발휘하는 걸 보면 그동안 만났던 여자들보다 내가 더 특별한 거네? 그럼 지우 언니랑 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