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7장
나는 재빨리 뒤로 물러나 알약을 쥐고 있던 손을 뒤로 숨겼다.
내 반응이 너무 컸는지 고서준이 내민 손은 몇 초 동안 굳어 있었다.
“손에서 피가 나.”
나는 입을 꼭 다문 채 대답하지 않았고 이때 정서현도 돌아왔다.
손에 작은 통을 든 정서현은 빠른 걸음으로 달려와 보물처럼 나에게 보여줬다.
“수아야, 내가 잡은 해파리를 봐. 윤도하가 그러는데 저녁이면 빛을 낼 수 있다고 했어.”
“정말? 그럼 우리 빨리 어항을 찾아서 넣어야지.”
반투명한 해파리를 본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러면서 정서현과 함께 방에 돌아며 고서준을 보지 않았다.
방에 해파리를 키울 수 있는 공구가 없었다. 정서현은 윤도하를 찾아 투명한 유리 꽃병을 가져와 해파리를 넣은 후에야 내 손등에 마른 핏자국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정서현은 나의 손을 잡아당기며 미간을 찌푸렸다.
“수영아 너의 손.”
“괜찮아.”
방금 바늘을 뽑아서 피가 난 손등을 바라보며 나는 테이블에 놓인 티슈를 꺼내 닦았다.
“방금 바늘을 뽑다가 생긴 거야. 걱정하지 마.”
“그럼 다행이야. 난 왠지 이번에 바다에 놀러 온 게 너한테는 힘든 여행인 것 같아.”
정서현은 나의 손등을 호호 불며 말했다.
“먼저는 강민정 때문에 손을 다쳤고 그다음은 감기에 걸렸어. 넌 어제 체온이 39도까지 올라갔어.”
정서현은 고개를 들고 그윽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나는 놀라 죽을 뻔했어. 다행히 고서준이 밤새 물리적 방법으로 체온이 내려가게 보살펴주어 거의 날이 밝을 때 열이 내렸어.”
그날 비를 맞은 후의 일은 이미 기억이 나지 않았는데 단지 내가 기절하기 전에 고서준이 돌아왔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
큰비를 무릅쓰고 그는 성큼성큼 내 곁으로 다가왔다.
나는 그저 조용히 웃었다.
“그래?”
“그런데 수아야...”
고개를 끄덕이던 정서현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계속해서 말했다.
“고서준이 변한 것 같아. 너에게 신경 쓰는 것 같거든.”
나는 대답하지 않고 먼 곳을 바라보기만 했다.
‘바다로 온 것은 고서준과 친구들이 결정한 것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