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3장
나는 괜히 찔려서 뒤로 물러서며 그를 피하려다가 어설프게 멈추었다.
고서준은 또 보고 싶냐고 물었다.
나는 입술을 깨물며 일부러 차갑게 입을 열었다.
“안 보고 싶어.”
고서준의 목소리에는 웃음기가 더욱 짙어지더니 나지막하게 물어왔다.
“하지만 난 우리 수아에게 보여주고 싶은데 어쩌지?”
귀 끝이 알 수 없이 짜릿하고 저려온 나는 고개를 돌렸다. 고서준도 마침 고개를 돌려 나를 보았다.
순식간에 우리 둘 사이의 거리는 그의 턱에 묻은 면도용 크림 냄새가 날 정도로 가까워졌다.
“됐어요.”
의사의 목소리가 울리자 나는 비로소 벌떡 놀라 정신을 차리고 손을 들어 고서준을 밀어낸 후 내 눈을 가린 손을 밀쳤다.
의사는 이미 일회용 장갑을 벗으며 말했다.
“3일 동안 이 손에 물을 묻히지 말고 자주 만져서도 안 돼요. 제가 매일 와서 약을 바꿔 드릴 건데 보름 정도면 나을 거예요.”
의사는 약상자를 다 챙기고 나서 말을 이었다.
“참, 미용실로 꿰맸으니 김수아 씨 흉터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멍하니 거즈에 싸인 내 오른손을 바라보았다.
...
고서준과 함께 방에서 나갔을 때, 김수연과 다른 두 남자가 나를 이상하게 보고 있었다.
내가 무슨 일이냐고 묻기도 전에 윤도하가 먼저 입을 열었다.
“깅씨 가문이 이미 강민정을 데리러 왔어. 강민정 아버지가 그러는데 돌아가서 강민정을 한 달 동안 집밖에 내보내지 않을 거니 설 휴가가 끝날 때까지 찾아와서 방해하지 않을 거래.”
고서준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아무 감정도 없이 알았다고 말했다.
윤도하가 말한 ‘집 밖으로 내보내지 않는다’는 것은 강씨 가문에 연락해 강민정을 강씨 가문 고향으로 돌려보내도록 한 것으로 보였다.
강씨 가문은 정말 벼락부자였다. 20여 년 전만 해도 강씨 집안은 은산시 외딴 산골에 사는 시골 집안이었는데 우연한 기회에 약재 장사를 해서 부자가 되었다.
그곳은 아직도 낙후된 상태라고 하는데 물은 지하수를 사용하고 전기는 조명만 사용하며 인터넷은 아예 없다고 했다.
시내에 살던 사람은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