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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장

나는 그녀의 손을 잡고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야, 아무것도. 오늘 좀 피곤해서 그래. 애들은?” “몰라. 곧 오겠지 뭐. 애들 쇼핑하러 갔어. 난 학교에 남아서 운동장 좀 산책했고.” “알았어. 나 먼저 씻는다.” “응. 아프면 일찍 쉬어.” 욕실에서 나오자 애들이 전부 돌아왔고 그녀들과 한참 웃고 떠든 후 나는 침대에 누웠다. 10분쯤 지나니 고서준한테서 메시지가 한 통 도착했다. 나보고 내일 간병인이 휴가 내서 조금 일찍 병원에 나오라고 한다. 나는 휴대폰 화면에 뜬 문자를 읽다가 실소가 새어 나왔다. 이지현과의 약혼을 앞두고 왜 또 날 건드리는 걸까? 대체 무슨 속셈인지 도통 알 길이 없었다. 나는 휴대폰을 그대로 베개 밑에 엎어두고 바로 잠들었다. 밤 열두 시, 나는 휴대폰을 꺼내서 고서준에게 계좌이체한 후 그의 카톡을 삭제했다. 곧이어 단잠에 빠졌다. 금방 개학해서 우린 아직 수업 시간표가 나오지 않았다. 다들 대부분 시간을 매우 한가하게 보냈다. 나는 요즘 인터넷으로 패션 디자인 관련 아르바이트를 알아보며 이력서를 넣었는데 아직 대학교 1학년생이라 그런지 전부 통과하지 못했다. 컴퓨터 화면을 보며 멍하니 넋 놓고 있을 때 전여희가 갑자기 숨을 헐떡거리며 밖에서 달려왔다. “수... 수아야...” 그녀는 배를 움켜쥐고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너 그 고등학교 동창, 고... 뭐였더라, 그 사람 지금 아래에 있어.” 나는 그녀를 힐긋 보다가 곧장 머리를 돌렸다. “나 없다고 해.” 전여희는 이제 겨우 숨을 고르며 허리를 펴고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우리 기숙사 아래에 와 있다고. 내가 마침 아래에서 마주쳤으니 망정이지 여기까지 찾아올 기세였어.” “수아야.” 전여희는 내 어깨를 두드렸다. “그 사람 원래 잘생겼는데 정색하고 서 있으니까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이효민도 내 곁으로 다가왔다. “너 한번 내려가 봐. 안 그러다 이따가 무슨 일 벌어지면 어떡해? 뒷감당할 수 있겠어?”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고서준의 성격상 확실히 눈에 뵈는 게 없고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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