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장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라 막막해하고 있을 때 나민준이 내 옆에 털썩 앉아서 룸메들을 위해 메뉴를 주문하고는 금세 애들과 어우러졌다.
어쩐지 이곳에 나타나더라니, 진작 내 룸메들을 매수한 것이었다.
우리가 한창 즐겁게 음식을 먹고 있을 때 가까운 곳에서 두 명의 불청객이 나타났다.
역시 세상은 작고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나는 법이었다.
이지현이 환하게 웃으며 고서준의 팔짱을 끼고 이리로 다가왔다.
“어머 수아야, 여기서 또 이렇게 만나네!”
얘는 왜 이렇게 끈질기게 내게 달라붙는 것인지.
원래 화기애애했던 분위기가 두 사람의 등장으로 단번에 확 가라앉았다.
“네 친구야?”
룸메는 이지현이 초면이지만 참하고 얌전하게 생겨서 꽤 호감으로 다가왔다.
“그냥 동창.”
나는 한없이 차가운 말투로 대답했다. 여기서 그녀를 마주친 건 그리 좋은 일은 아니었다.
기뻤던 마음도 한순간에 침울해졌다.
“다들 안녕, 난 수아랑 고등학교 동창이야!”
그녀가 두 눈을 깜빡이며 열성적으로 나오니 룸메들도 딱히 뭐라 하지 못하고 뻘쭘하게 머리만 끄덕였다.
“우리도 밥 먹으러 왔는데 이렇게 마주치네. 이왕 이렇게 된 거 합석할까?”
이지현은 여기 있는 사람들과 일면식도 없지만 그런 것 따위 신경 쓸 겨를 없이 고서준의 팔을 잡아당기며 내 옆에 앉으려 했다.
화기애애했던 분위기가 그 순간 뻘쭘하게 변했고 나는 마지 못해 제자리에 앉아 있었다.
“전에 우리 같은 반이었는데. 그때 수아 공부 엄청 잘했어.”
이지현은 내 룸메들과 빨리 친해지고 싶었는지 지나간 일들을 쉴 새 없이 재잘거렸다. 어떤 일들은 나도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그녀가 온 뒤로 나는 심란하기 그지없었다.
더 의외인 것은 아까 분명 이지현이 내 옆에 앉으려고 했는데 고서준이 한발 앞섰다. 그래서 나는 지금 결국 두 남자 사이에 끼운 채 실로 불편할 따름이었다.
나는 물컵을 들고 뜨거운 물을 한 잔 따랐다.
주전자를 내려놓자마자 부주의로 방금 따른 물컵을 넘어뜨리면서 뜨거운 물이 내 몸에 쏟아졌다.
“으악!”
극심한 고통에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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