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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3장

“갤러리의 비밀을 찾으려는 건 소장품도 있겠지만 예술에 대한 순수한 탐구가 더 많아요. 예술의 가치는 결코 돈으로 매길 수 없는 거거든요.” 고명준의 복잡한 눈빛은 내 의지 대한 감탄과 칭찬이었다. 지금까지 고명준이 나를 이런 눈빛으로 본 건 처음이었다. 인생 2회차라 그런지 나는 드디어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내 자신을 알릴 수 있게 되었다. “그 용기와 결심은 존경해. 그래도 이 길은 네가 선택했다는 거 잊지 마. 앞길이 탄탄대로든 가시덤불이든 혼자 이겨내야 한다는 것도.”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고명준에게 허리를 숙이며 인사했다. “귀띔과 조언 감사합니다. 조심히 움직이면서 제 선택을 끝까지 책임질게요. 그리고 저는 저와 고서준 관계를 믿어요. 마음만 잘 통한다면 그 어떤 고난이 닥쳐도 결코 우리를 갈라놓지 못할 거예요.” 이 말을 뒤로 나는 서재에서 나왔다. 마음속에 전에는 느껴본 적 없는 확고함과 기대가 가득 차올랐다. 내 실력이라면 시간이 조금 걸릴지는 몰라도 꼭 답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내게는 아직 시간이 많았다. 그때 고명준이 뒤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 용기를 높이 사서 이 모든 걸 알려주는 거야. 하지만 서준이와 끝까지 갈 수 있을지는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야.” 나는 고씨 가문에 넘어야 할 산이 고명준 한사람만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고서준에게는 친척이 많았지만 내가 그들이 원하는 이익을 가져다줄 수 없었기에 내 존재를 달가워하는 사람은 없었다. 고명준은 지금 아무 대가 없이 내게 답안을 가르쳐준 것이다. “모든 난관을 통과하길 바라. 이제 겨우 시작이지만 말이야.” 서재에서 나온 순간 나는 맑은 공기를 힘껏 들이마셨다. 공기마저도 자유와 희망의 냄새가 섞여 있는 것 같았다. 고명준의 경고 같기도 암묵적인 동의 같기도 한 말이 머리를 자꾸만 맴돌았다. 앞에 어떤 길이 펼쳐져 있는지 모르지만 나는 이미 헤쳐나갈 준비가 되어 있었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한시도 지체하지 않고 바로 색바랜 사진첩을 펼쳐 손끝으로 사진을 어루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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