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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1장

“마음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내일 오전에 집으로 찾아뵙겠습니다. 유용한 정보 얻을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나는 앞으로 이어 나갈 대화에 아무런 감정도 섞지 않기 위해 최대한 차분하고 굳건한 목소리로 말했다. 전화를 끊고 나니 마음이 이상했다. 고서준이란 이름은 마치 커다란 돌처럼 내 마음을 짓누르고 있어 피하고 싶으면서도 다가가고 싶었다. 그러나 지금은 개인감정에 빠져있을 때가 아니었다. 일단은 눈앞에 놓인 미스터리부터 해결하고 사라진 갤러리를 찾아 그 뒤에 숨겨진 비밀을 찾아야 했다. 이는 내 아버지의 유산이기도 했고 내 마음속 예술에 대한, 진실에 대한 추구와 갈망이었다. 이튿날 아침, 나는 약속한 시간에 고씨 저택에 도착했다. 고명준은 이미 서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얼굴에는 잔잔한 미소가 걸려 있었고 지혜가 가득 담긴 눈동자는 깊이를 알 수 없었다. 서재는 책 향기가 다분했고 벽에는 고풍스러운 그림 몇 점이 걸려 있었는데 고씨 저택이 얼마나 문화적 소양이 높은지 보여주고 있었다. “왔구나.” 고명준의 부드러우면서도 힘 있는 목소리로 앉으라고 말했다. 예전에 비하면 확연하게 달라진 고명준의 태도에 이번 만남은 뭔가 특별했다. 저번에 서로 얼굴을 붉히며 헤어졌을 때는 이렇게 차분하게 앉아 얘기를 나눌 날이 올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나를 찾아온 게 갤러리를 위해서라는 거 알고 있어.” 나는 머리를 끄덕이며 안부 대신 바로 목적을 밝혔다. “네. 뭔가 알고 계실 것 같아서요. 그 갤러리는 김정태 씨와 어떤 관계죠?” 김정태는 내 아버지였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 호감이 전혀 가지 않았다. 고명준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더니 옛일을 회상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김정태는 진정한 예술 애호가고 그 시대에 드문 장사꾼이기도 했지. 김정태가 세운 그 갤러리는 예술 작품을 전시하는 곳이기도 했고 그가 그리던 꿈이기도 했어. 갤러리를 통해 더 많은 사람이 진정한 예술이 뭔지 알게 하고 예술의 매력을 느낄 수 있게 해주려 했어.” “하지만 예술의 세계는 늘 그랬듯 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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