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1장
나는 설마 여기서 사람이 더 추가될 줄은 몰라 천천히 뒷걸음질을 쳤다.
하지만 아무리 뒷걸음질을 쳐봤자 내 뒤에는 단단한 벽밖에 없었다.
이제 어떡하지?
남자는 험악한 얼굴로 천천히 내게로 다가왔다. 아무 말 없이 다가오는 모습이 꼭 저승사자 같았다.
나는 손을 덜덜 떨면서도 계속해서 칼끝을 그들에게 겨눴다.
이제 다섯 걸음, 다섯 걸음만 더 가까이 다가오면 나는 그에게 꼼짝없이 잡히게 된다.
하지만 그때 예상외로 남자는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더니 더 이상 가까이 다가오지 않았다.
“재밌네. 아가씨가 설마 고씨 가문과 연관이 있는 사람일 줄은 몰랐어. 고씨 가문 체면을 봐서 이번 한 번은 봐주도록 하지.”
그는 피식 웃으며 내게 말을 건넸다. 그리고 그가 멈춤과 동시에 얼어붙었던 분위기도 살짝 풀어졌다.
고씨 가문?
나는 벙찐 얼굴로 그의 말을 복기했다.
익숙하고도 또 낯선 단어의 등장에 나는 마치 저 깊숙이 숨겨뒀던 기억의 상자가 열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그때 남자가 말끝을 흐리더니 이내 무서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머지않아 또다시 만나게 될 거야. 그때 또 보자고.”
남자는 이만 철수하라는 뜻으로 뒤에 있는 남자들에게 손을 휘휘 젓더니 다시 발걸음을 돌려 승합차에 올라탔다.
나는 제자리에 멍하니 선 채 가쁜 숨을 몰아냈다.
고씨 가문에서 나와 연관이 있는 사람이라고 하면 고서준밖에 없다.
그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나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할뿐더러 하루라도 빨리 내가 고서준 앞에서 사라지기만을 바라고 있으니까.
고서준에게 연락을 해야 하나?
아니, 연락한다고 한들 달라지는 건 없다.
그는 지금 해외에 있으니까.
오랜만에 돌아온 곳에서 이러한 일에 휘말리게 될 줄은 정말 상상도 못 했다.
남자들이 다 떠난 다음 나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천천히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긴장도 하고 또 이리저리 뛰었던 터라 에너지는 어느새 다 고갈되어 있었다.
그날 밤 나는 꿈에서 그토록 그리웠던 할머니를 만났다. 할머니는 햇빛 아래서 나를 화사한 웃음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