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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2장

“네가 그때 어떤 기분이었을지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아. 가족을 잃은 슬픔은 쉽게 지워지는 게 아니라는 걸 확실하게 깨달았어. 하지만 슬픔을 딛고 앞으로 나아가려고 하는 의지도 중요한 것 같아. 네가 그랬던 것처럼 나도 아주 며칠만 슬퍼하고 다시 원래대로 돌아갈 거야.” 정서현은 여전히 빨간 눈을 하고 있었지만 아까와는 달리 어느 정도 슬픔은 던 것처럼 보였다. “전에 할머니가 나한테 인생은 여행과 같다는 말을 해준 적이 있어. 그 여행에서 나는 아주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될 거고 또 많은 사람을 떠나보내게 될 거라고 했어. 이별은 언제나 슬픈 거지만 그 이별로 나는 분명히 내 곁에 있는 사람을 더 소중히 하게 될 거라고 그랬어. 이제야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아. 할머니는 내가 이렇게 슬퍼할 걸 알고 있었던 거야. 그래서 아주 어릴 적부터 나한테 그런 말을 했던 거야.” 나는 정서현의 손을 맞잡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할머니 말씀이 맞아. 인생은 누군가와 이별하고 또다시 누군가를 만나는 것의 연속이야. 내일 장례식 때 많이 힘들겠지만 최대한 울지 말고 할머니가 편히 가실 수 있게 해드리자.” 그날 밤 우리는 추억 얘기부터 시작해 미래에 관한 얘기까지 아주 다양한 얘기들을 나눴다. 그래야만 이 조용한 어둠 속에서 그나마 슬픔에 잠식되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정서현은 밤새 슬픔과 웃음을 반복하다 결국에는 다시 슬픔에 잠식됐고 그렇게 다음날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사람들 앞에 섰다. 나는 나의 몇 마디 위로로 그 슬픔이 가실 리가 없다는 것을 알기에 그저 그녀의 곁에 가만히 있어 주기만 했다. 우리는 각자 손에 흰색 국화꽃을 들고 하나둘 앞으로 걸어가 할머니에게 건네드렸다. 그러고는 편히 가시기를 기원하며 절을 올렸다. 인자한 웃음을 짓고 있는 할머니의 영정사진을 보며 나는 말로 이루 표현할 수 없는 먹먹함을 느꼈다. 정서현의 가족과 친구, 그리고 이웃사촌들도 다들 나와 같은 느낌을 받았는지 슬픔을 참으며 하나둘 절을 올렸다. 그리고 정서현은 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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