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6장
나는 외투를 여미고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다.
저녁이 되니 달빛이 쏟아진 정원이 한층 더 아름답게 보였다.
고서준과 만나기로 한 곳은 정원 옆의 한 호숫가 근처였다.
고서준은 벌써 도착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짙은 회색 바람막이를 걸친 채 호숫가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 뒷모습이 어쩐지 고독해 보이기도 하고 또 쓸쓸해 보이기도 했다.
나는 쿵쿵거리는 심장을 부여잡으며 고서준의 곁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그토록 익숙하던 그의 모습이 지금은 어쩐지 조금 낯설게 느껴졌다.
나는 그를 어떤 얼굴로 봐야 할지, 그에게 뭐라고 말을 걸어야 할지 몰라 조금 머뭇거렸다.
그때 내가 다가온 것을 눈치챈 고서준이 나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뭔가를 기대하는 것 같기도 하고 또 어딘가 씁쓸해 보이기도 한 그런 미소였다.
“왔어? 조금 걸을까?”
그의 목소리는 조금 떨리고 있었다.
“아니, 그냥 여기서 얘기하는 게 나을 것 같아.”
나는 차라리 조용한 이곳이 낫다고 생각해 고개를 저었다.
“알겠어. 너랑... 줄곧 이렇게 둘이서 얘기하고 싶었어.”
고서준은 조금 일렁거리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도 그래. 나도 계속 너랑 얘기하고 싶었지만 뭐라고 해야 할지 몰라서 계속 피해왔어. 그런데 방금 송하영이랑 얘기하고 나니까 너랑도 얘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나랑 송하영이 무슨 말을 했을지 안 궁금해?”
나는 더 이상 도망치고 싶지 않다.
고개를 들어 고서준을 바라보자 고서준은 마치 줄곧 기다려온 답변을 들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에 가득 찬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궁금해.”
나는 입술을 한번 깨물고는 송하영과 나눴던 것들을 얘기해주었다. 그리고 동시에 두 사람의 연애에 끼어들고 싶지 않다는 얘기도 확실하게 전했다.
“나는 너랑 송하영이 연애를 하든 친구를 하든 관심 없어. 그러니까 날 너희들 사이에 끌어들이지 마.”
고서준은 어쩌면 송하영의 고백으로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게 될 수도 있다.
그리고 그 일로 나를 완전히 잊어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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